"전북문학 위상 찾는 가늠자 되길"
"전북문학이 한국문학사의 귀한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략하게 다루어져 온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북 문인들보다 작품성이나 활동이 못했던 작가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경우도 있죠. 이번 전시가 한국문학사에 있어 전북문학의 위치를 제대로 찾고 그동안의 결손을 메우는 동시에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북문학 도서전시'를 여는 전북문학연구원 허소라 대표(73, 시인·군산대 명예교수)는 "우리 지역의 문학유산이 한국문학, 나아가 세계문학 유산과 직결될 수 있다는 작은 울렁증이라도 일어나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며 "책이란 한번 읽고 버리는 게 아니라 일평생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일깨우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문화가 여러 분야에서 옛것 찾기에 골몰하면서도 유독 도서분야에서만은 원전 엿보기에 소홀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들의 전집이나 도서관 등에서 재판본으로 엿볼 수 있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압축된 야릇한 종이 향부터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에 숨쉬고 있는 당시 작가정신과의 해후는 그 감동이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학 1학년이었던 1955년 시위에 나갔다가 받은 수당으로 길가 헌책방에서 박두진의 「해」를 구입하기 시작해 50년 넘게 귀중본이 있는 곳이라면 대동여지도를 그리듯 온 몸으로 길을 내며 찾아다녔다. 지금까지 모은 책은 1300여권 정도. 허대표는 "가난이나 죽음과도 타협하지 않으며 결핵으로 각혈을 하면서도 한 줄 한 줄 원고지를 메워나갔던 그 처절한 작가정신을 만나기란 요즘의 고급 모조지와 화려한 장정본 속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대표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문단 등단 50주년이 되는 해. 개인사적인 징표를 남기기 보다 디지털 시대 멸실되기 쉬운 우리 문학의 원전을 통해 작가정신을 되새겨 보는 자리를 마련한 그는 이번 전시가 문학박물관 건립에 대한 당위성을 높이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허대표는 "암울한 일제와 유신에도 굴하지 않고 주옥 같은 민족어로 발표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문학박물관이 건립되길 바란다"며 "문학박물관이야말로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세우는 낭비성 문학비보다 의미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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