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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최명희 소설, 얼개를 풀어보다

김병용씨 '최명희 소설의 근원과…', '혼불' 서사방식 '화제 단위'로 분류 제안

'최명희 선생의 「혼불」을 읽는 동안 나는 몇 개의 물방울이 또르르르 구르다가, 또랑물로 가늘고 길게 졸랑거리다가, 다른 물과 만나 몸을 섞고 부대끼며 거친 바위 협곡의 압력에 시달리다 '내 생애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렸었다'는 듯, 벼락처럼 한 번에 쏟아지는 폭포수에 대해 오래 생각했었다. 자신의 생애에 또 자신의 생애를 보태어 밀고 나가는 일이 '혼불'을 지키는 일인가… 생각하니 밤하늘 잔별들이 눈물방울처럼 어룽거렸다.'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기 마련이다. 「최명희 소설의 근원과 유역 : 「혼불」의 서사의식」(태학사)을 펴낸 김병용씨(43·전북대 한국어교육센터 선임연구원) 역시 "작가 최명희와 그의 작품 「혼불」과 또다른 작품들의 관계를 다룬 이 책 또한 그렇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교정지를 들췄다"고 말했다.

 

「혼불」로 널리 알려진 작가 최명희의 소설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시작된 작업. 연구의 출발점은 모든 작품은 작가의 문제의식의 발로라는 것과 작가는 서사를 통해 자신의 실존을 존재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혼불」에 대한 연구는 여러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최명희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고증이 안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2004년 전북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내놓은 '최명희 소설 연구'가 토대가 됐다.

 

「최명희 소설의 근원과 유역」은 서론과 서사의 근원, 「魂불」 형상화의 제방식, 개작과정과 서사 의식, 결론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김씨는 "이번 연구의 기초작업으로서 객관적으로 취득된 「혼불」 판본간 대조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서도 의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작품론의 관점에서 「혼불」의 서사 방식을 '화제 단위'로 부를 것을 제안하고 서사의 동력을 심층 맥락과 표층으로 구분해 나눠 살펴본 것을 특징으로 꼽았다.

 

'1990년 1부 4권이 한길사를 통해 출간되었을 때, 본인의 책이 나온 것보다도 나의 등단이 더 기쁜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머리말에 최명희와의 인연을 밝힌 김씨는 "가장 먼저 고 최명희 선생의 영전에 이 책을 올리고 싶다"며 "최명희 선생과 「혼불」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까닭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동안 절판됐던 「혼불」이 4년 만에 다시 독자들과 만났다. 「혼불」을 다시 읽거나 좀더 깊게 알고 싶다면 이 책도 함께 들춰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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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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