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서울대·카이스트 초빙교수)
지난 주에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주요 20개 나라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의미는 그 동안 세계 경제정책의 조율 기구였던 주요 8개 나라 (G8) 정상회의의 역할을 앞으로는 확대된 G20가 맡는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이번 세계 금융위기의 해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르게 된 귀착점이다. 왜 그런가? 그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의 진행으로 나라들 사이에 형평성을 증대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
이번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가 있다. 나라 사이에 물건이 왔다 갔다 하는 무역에 있어서의 세계화는 오랜 세월을 두고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나라 사이에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금융의 세계화는 최근에 와서 급속히 진행되었다. 그 원인은 정보통신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미국식 자본주의의 지배력이 확대된 데 있다.
시장이 커지면 효율성이 커진다는 것이 고전적인 경제 이론이다. 여기서 효율성이 커진다는 것은 생산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생산이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경제학을 제대로 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경제를 생각하면, 과연 세계화에 따라 시장이 커지면서 효율성도 커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둘째, 효율성은 커지지만 시장이 더 불안정해진다면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셋째, 효율성이 커지는 데서 오는 혜택을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에게 고루 나누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런 세계화를 진행해야 하는가?
이번 주요 20개 나라 정상회의에서 첫번째 물음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정치 지도자들은 상식에 입각한 논의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세계화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은 상식적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번째 물음에 대한 대책의 핵심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금융 규제와 감독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번 회의를 전후해서 활발히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결론이다.
세번째 물음은 정치적인 것이다.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과정을 정치적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이번 주요 20개 나라 정상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일단을 제시하였다. 그것이 바로 이 회의를 정례화하고 그 역할을 확대하여 그 동안 주요 8개 나라 정상회의가 맡았던 세계 경제정책 조정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 그 동안 서구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 되던 세계 경제정책에 대해서 이제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국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이 것으로 세계화의 그늘에 소외된 사람들을 모두 대변하는 정치적 목소리가 확보된 것은 아니다. 반기문 국제연합 사무총장은 모든 나라가 포함된 국제연합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번 회의 기간 중에 역설하였지만 그 소리가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역사에서 몇 걸음을 한 번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드물다.
내년 가을에는 주요 20개 나라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그 동안 약소국에서 신흥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세계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채수찬(서울대·카이스트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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