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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경제전망의 오차 - 박정룡

박정룡(한국은행 전북본부장)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주기적으로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매년 7월과 12월에 그해 하반기 및 다음 해 연간 전망치를 발표하고 4월과 10월에는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이러한 경제전망에는 상당한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언론이나 정치권 등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고는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래 일정 시점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한데 이는 다음과 같은 경제전망의 본질에 기인한다.

 

첫째, 경제전망은 수많은 가정(assumptions)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앞으로의 우리 경제를 전망함에 있어서 세계 경제 성장률 및 교역 신장률과 주요국 환율, 유가와 같은 해외 변수와 국내 소득 및 고용 사정, 경제주체의 심리지표 등의 국내 변수에 관한 다수의 예측치를 경제전망의 기초자료(전제치)로 사용한다.

 

둘째, 경제전망은 평균의 기술(art of average)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수입(輸入)은 국민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는데 2000년대 들어 2008년까지 국민소득(실질 GDP 기준)은 연평균 4.4% 늘어났는데 수입물량은 6.6% 증가하였다. 이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 국민소득이 1% 늘어나면 수입은 물량 기준으로 1.5%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셋째, 경제전망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동태적 행위(dynamic behavior)를 대상으로 한다.

 

경제전망은 실험실과 같은 통제된 환경 하의 화학실험이나 물리학실험과는 달리,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들의 총체적인 행위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상의 사실로부터 경제전망이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경제전망의 기초가 되는 가정(전제치) 또한 수많은 가정 하에 예측된 결과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정의 가정과 이를 전제로 한 가정이 어긋날 경우 경제전망의 오차가 불가피하게 된다.

 

둘째, 평균이란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국민소득과 수입물량과의 예에서 전자가 1% 증가하면 후자가 1.5% 늘어난다지만 2000년 이후 4년(2002년, 2005년, 2006년, 2007년)은 1.5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낸 반면 나머지 3년은 2.8(2003년), 2.6(2004년), 0.3(2008년)로 평균치인 1.5와 큰 차이가 있었다.

 

셋째, 항상 변하는 경제주체들의 행태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야간사격(a shot in the dark)에서 이동표적을 맞히기만큼이나 힘들다. 일단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가계(家計)는 소비를 자제하고 기업은 투자를 미룬다. 이는 금융시장에서의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큰 힘이 현실 경제에 존재하고 있는데,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대응이 그것이다. 앞으로의 경제전망에 따라 정부는 조세나 재정지출을, 중앙은행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변화시켜 적극 대응한다. 최근의 경제위기에서 내로라하는 비관론자(Mr. Doom & Gloom)들의 전망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정책대응에 힘입은 바 크다.

 

여기서 어차피 미래 경제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경제전망이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장군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항상 작전계획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작전계획을 세우는 일은 꼭 필요하다."(I have always found that plans are useless, but planning is indispensable.). 즉 경제전망이란 항상 틀리게 마련이지만 가계나 기업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경제행위를 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비록 틀린 전망이라 하더라도 경제전망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박정룡(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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