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호(익산본부장)
감사원은 지난 6년전 국가 예산을 낭비한 정부 일부 부처와 산하기관을 적발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이 이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커다란 허탈과 분노를 느꼈다.
한결같이 편법으로 예산을 배정받아 멋대로 집행하면서 한해 동안 무려 4천억여원 이란 엄청난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고 하니 어찌 국민들이 허탈해 하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나랏돈을 타내서 쓸 곳에 제대로 쓰지 않고 이리저리 돌려쓰거나 심지어 개인의 낯을 내기 위해 여기저기 경조비로 뭉턱뭉턱 잘라쓰기도 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나마 임자 없는 돈이라 주머닛돈 쌈짓돈 쓰듯 했는데도 물어놓거나 게워놓게 할 방도 조차 없다고 하자 국민들은 더욱 더 분통해 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가 지켜야 할 덕목 중에'절용(節用)'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써놓았다.
"불학무식한 자가 어쩌다 수령이 되면 방자하고 교만하고 사치하게 되어 아무런 절제도 없이 돈을 남용한다. 그래서 탐욕스럽게 되고 아전과 공모해 이득을 나눠먹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게 되므로 절약하는 것이야말로 공직자가 백성을 사랑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빛 바랜 전설같은 얘기지만 건국초기 외무부장관으로 발탁된 일석(逸石) 변영태(卞榮泰) 선생은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다녀오면서 남은 출장비를 모두 반납해 화제가 되었다.
학자로서 교직에 몸담으며 익힌 철저한 선비정신을 공직에서도 실천해 보였던 것이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가 수천억원을 정해진 곳에 쓰지 않고 임자 없는 돈 쓰듯 멋대로 썼다면 그 정부가 국가 행정을 어떻게 이끌어갔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을 엿보게하는 좋은 사례이자 충고이다.
최근 익산농협이 현 조합장의 구속으로 지역사회 충격의 중심에 서 있는 가운데 업친데덥친격으로 갖가지 부정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은 불투명한 예산 집행 사실까지 들춰지면서 사태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본보 3일·4일자 보도)
너무 부당하고 방만하게 집행된 부정 의혹 예산이 한두가지도 아니고 새로운 사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지적되고 있으니 이같은 소식을 접한 6,000여명의 조합원들은 얼마나 허탈해 하고 분노를 느끼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앞서고 있다.
업무용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실제 거래가 보다 보다 무려 두배 이상이나 웃도는 토지가를 지출하고, 조합원 증정을 위한 기념품 구입도 역시 시중가 보다 턱없이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고 한다.
조합원 재산을 마치 물쓰는 듯이 펑펑 지출한것 같아 그저 기가막힐 뿐이다.
영세한 상인을 돕고 땅을 가진 토지주를 퍽이나 생각해 이처럼 납득할수 없는 갸륵한 선심(?)을 베풀었는가 하는 엉뚱하고 황당한 생각을 하면서 오지랖이 넓어도 정말 너무 넓은 익산농협의 오지랖에 재차 쓴 웃음이 지어지고 있다.
아무리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 온 돈이 아니라 하지만 이렇게 까지 무대포 일지는 정말 몰랐다.
임자 없는 돈이라 주머닛돈 쌈짓돈 쓰듯 했으니 책임도 분명 뒤따라 한다.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에게 절용(節用)을 통한 내실경영을 위해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로 인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멍하니 허탈해 할 조합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익산농협은 앞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절용이란 제한을 지키는 것이다. 그 제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그 법식을 따르는 것이 절용의 근본이다"란 고언을 마음속 깊히 되새겨 건실한 투명예산 집행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엄철호(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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