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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새만금 편지'에 대한 단상 - 김성중

김성중(정치팀장)

잠잠했던 '새만금 편지' 가 연말들어 도내 정가를 흔들고 있다.

 

편지의 주인공은 김완주 도지사다. 김 지사는 올 7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새만금 사업 추진에 대해 감사의 글을 보냈다. '도민과 함께 큰 절을 올린다'로 시작하는 편지의 첫 머리와 과도한 수식어는 김 지사가 몸담은 민주당은 물론 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나쳤지만 도지사로서 할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 뒤 편지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일이 이웃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11월 민주당 소속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가 4대강 영산강 사업 기공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을 극찬한 것이다. 이 역시 당 안팎에 김 지사 편지에 버금가는 파문을 일으켰다. 역시 정 대표는 이번에도 '적절치 않았다'는 경고로 파장을 잠재웠다.

 

이처럼 정 대표가 서둘러 'MB어천가 파문'을 진화한 까닭은 당의 기강을 잡는 일보다 민주당 분열과 자중지란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게 더 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내분이나 갈등을 즐기려는 세력이 있지만 거기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 뒤 이 대통령은 영산강 기공식 이후 12일 만에 다시 광주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호남고속철 기공식 참석차였다.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나라와 지역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의 열정으로 호남은 이제 발전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며 세 사람을 추켜세웠다. 또 당시 방미 중인 김 지사의 참석 여부를 물으며 '편지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덕담했다.

 

그런 사연을 거친 편지가 새삼 도내 정치 이슈로 재부상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다. 민주당 정균환 전 의원은 지난 21일 도지사 출마 회견에서 '새만금 편지'를 거론하며 '김 지사를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날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하연호 민노당 도당위원장도 편지를 문제 삼았다.

 

이들이 편지를 이슈화한 배경에는 전북의 정치 성향이 자리하고 있다. 현 정권에 비판적 정서가 강한 도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자극해 분노를 끌어냄으로써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셈법은 정치공학적으로 유효하다. 실제 김 지사 측도 편지 문제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편지 카드를 꺼내든 도지사 출마자를 향한 반응이 묘하다. '할 말을 했다'는 시각과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는 시선이 교차하면서 뭔가 개운치 않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전이 정도를 걷지 못하고 시작부터 네거티브가 됐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아울러 '정책과 비전의 제시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곁들인다.

 

'방기곡경'(旁岐曲逕). 교수신문이 발표한 올해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다. 방기곡경은 일을 순서대로 정정당당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뜻으로 기축년의 그릇된 정치행태를 풍자하고 있다. 눈을 돌려 엊그제의 도지사 출마 선언문을 살피면 방기곡경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다. 적어도 도정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자리라면 올해 직장인들이 1위로 뽑은 사자성어 구복지루(口腹之累. 먹고 살 근심을 일컬음)에 주목해 도민에게 희망을 주는 공약을 내놨어야 했다.

 

/김성중(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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