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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최형 시인 자서전 '한세상 숨결'

"오랜 내 숨결 제대로 한번 짚"…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삶 이야기 담아

"허전하다 못해서 생각해 낸 일감이지만,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부터가 쑥스럽기도 했다. 더구나 내가 읽은 자서전들치고 그들의 작품만큼 깊이 울려 들지 않았다. 읽을 맛도 별로였다. 이래저래 눈을 질끈 감고 덤벼 보았는데, 한참 후에는 문득 '자서전 쓸 자격' 문제에 부딪힌다. 비록 정직하게 벗어 버린 내 벌거숭이 자체가 역겨움을 주는, 흉터 투성이라면? 헛고생일 뿐이다."

 

몇년 전 문인들의 모임에서 루소의 「참회록」 이야기를 꺼내며 자서전을 써볼까 한다는 시인은 그로부터도 꽤 오래 망설였다.

 

최형 원로시인(81)이 자서전 「한세상 숨결」을 펴냈다. '한세상 숨결'이란 제목은 참으로 가볍고 편안해 보이지만, 뒤돌아보면 스스로 엄격했던 삶이었다.

 

1928년 김제에서 태어나 동국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종사하다 1984년 자원 명예 퇴직을 했다. 이후에는 집필 생활을 하며 사회 운동 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작가라면 건강한 도덕성과 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며, 문학 역시 그 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던져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땅의 민주화운동을 대하 서사시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자서전은 유년기를 시작으로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노쇠기로 이어진다. 그의 성격처럼 정갈하고 분명한 분류. 시력을 잃은 시인이 스스로를 '노쇠기'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너그러웠어도 될 가족들에게도 꼿꼿했던 그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슬퍼진다.

 

자서전 형식은 운문. 시인은 "내 이야기를 자질구레 재잘거리고 싶지 않기에 운문이려 힘썼다"며 "한 행마다 주술부가 있으면서도 압축된 '뜻의 운율'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어제와 오늘을 섞바꿔 가는 일기체의 복합구성에 행여나 시순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어떻든 오랜 내 숨결을 제대로 한번 짚어볼 수 있었으면 싶고 조금은 깊은 철이 들었기만 빌 뿐이다"는 것이 시인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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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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