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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정군수 시집 '봄날은 간다'

시인의 정서는 아직도 철들지 않아서 천방지축이다. 가지 않는 곳이 없으며 어린 아이처럼 불안한, 그런 정서가 때로는 가엾다. 그래서 시인은 그 뒤를 쫓아다니며 그의 정서가 저질러 놓은 일들을 주워 책상머리에 쌓아둔다.

 

"잠 못 드는 밤이면 흥부 제비다리 얽듯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어" 내놓게 되는 시집. 정군수 시인(64)의 세번째 시집 「봄날은 간다」(도서출판 계간문예)가 나왔다.

 

"시는 나를 떠났다. 이제 독자의 몫이다. 차가운 눈빛이 이마에 꽂히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 차가운 눈빛을 철없는 내 정서의 자양분으로 삼으련다."

 

친자연적인 소재들. 한국에서 친자연적인 것은 대체로 낯이 익기 마련이지만, 시인의 목소리는 상당히 낯이 설다. 낯이 설다는 건 새롭다는 것. '주검을 실은 영구차가 / 문을 들어서면 / 장례식장은 살아난다.'는 '장례식장'이나 '사람들은 전세금만 한 행복을 싸들고 / 어초 같은 가게로 이사 갔는데 / 옥화네 할매는 행복만 한 사글세가 없어 / 신식 건물에 좌판 잃고 자리 빼앗겨 / 해망동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옥화네 할매', '절집 벼랑에서 / 죽어가는 / 조개들의 노래를 들으며 / 새만금 방파제를 본다.'처럼, 그의 시는 젊어졌다.

 

그러나 젊어진 것은 시의 표현기법. 추석이 되어 고향에 갔던 일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환생으로 현재화한 '추석 2',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과거가 행복한 현재로 재생되고 있는 '고향집' 등 나이가 들어가는 시인의 행복한 환각현상은 더욱 깊어지는 그리움의 또다른 표현이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김치현 화백, 부안 내변산에 있는 김오성씨의 조각공원…. 그리운 것은 시가 된다.

 

김제 출생으로 현재 전주문인협회장, 전북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전담교수, 혼불정신선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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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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