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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경찰관과 투캅스 - 김경모

김경모(지방·기획취재팀장)

'투캅스'라는 제목이 붙은 영화가 첫선을 보인 게 1993년 겨울쯤이었으니, 이 영화가 개봉된지도 벌써 17년째로 접어들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조 형사(안성기 분)는 단속 무마를 미끼로 성인오락실과 술집 등을 어슬렁거리며 돈을 챙기며, 한국 경찰의 구린 뒷모습을 암울한 영상과 함께 세인들에게 천연덕스럽게 내보였다. 이후 국민들과 언론들은 비리 경찰에'투캅스'라는 호칭을 주홍글씨처럼 붙였다.

 

#사례 1.

 

서울 동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생활질서계, 그리고 관할 지구대. 이들 이름이 압수된 성매매 업소 뇌물 장부에 업주 자필로 적혀 있었다. 돈을 주고 받은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명기된 이 장부는 해당 경찰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당시 조사를 받았던 업주들은 명절이나 인사철마다 경찰관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고 입을 모았다는 점에서 이들 범죄는 단순한 떡값 주고 받기라는 비교적 죄질이 낮은 사안이 아니고, 몽둥이를 든 파렴치한 수준의 갈취였다. 일부 경찰은 틈틈이 용돈을 달라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경찰서 관할 업주들은 이들 비리 경찰을 '투갑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례 2.

 

투캅스의 활동 반경은 복잡다단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도내 시골마을까지 미친다. 검찰이 벌이는 부안지역 불법 면세유 유통사건에서 부안과 관련된 전·현직 경찰관들이 줄줄이 피의자 명단에 오르고 있다. 현직 수사과장이 2009년 세밑에 긴급체포 된 후 구속으로 이어졌고, 또 다른 현직 경찰들이 새해 벽두와 함께 체포영장과 맞닥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뒤탈을 우려했던지 현금만을 호주머니에 챙겼다는 수사 뒷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들 투캅스 명단의 발원지는 주유소 업자의 뇌물장부. 경찰 내부에서도 뇌물의 사슬과 고리가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형 사건의 뇌물 장부가 발견될 때마다 신문과 방송은 기사와 논평을 통해 게이트를 논한다. 물론 이번 부안 사건은 중앙 정치권에서 터진 숱한 비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사안이다. 하지만 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층적인 측면이 많다. 첫째, 부안에서 발생한 면세유 사건은 셈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건은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전혀 없다. 둘째, 이번 사건은 민생과 긴밀히 연관되었다는 점이다. 면세유는 생업이 어려운 어민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책이다. 셋째, 관계기관과 주변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파렴치범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도 게이트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북경찰청이 도내 5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면세유 사건 처리에 대한 자체 감찰에 나섰다니 결과를 기다려 본다. 국민의 입장, 시민의 입장에서 감찰에 나서길 바란다.

 

물론 투캅스는 방대한 경찰 조직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주변의 수많은 경찰관들도 이같은 논리를 펴며 자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장을 담그다 보면 구더기도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건강한 조직원들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경찰, 아니 파렴치한 투갑스를 몰아내고 뿌리 뽑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문하고 싶다. 경찰은 수사의 칼을 자신들에게 겨누고 내부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렇잖으면 뭉뚱그려 비리 조직이란 오물을 뒤집어 쓰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마침 지방청장이 바뀌었다.

 

/김경모(지방·기획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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