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에서 되짚어 본 선비의 정신
시대를 뛰어넘는 선비정신. 매화처럼 강인하고 학처럼 고고했던 그들에게 길을 묻는 책. 김기현 전북대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59)의 「선비」(민음사)다.
7일 전북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한복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옛 책들을 읽고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겨울이면 늘 한복을 챙겨입는다는 그에게 "교수님은 스스로를 선비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따라갈 수가 있겠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흔히 선비정신이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는 선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를 하거나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했지요. 화석을 뒤져서 나열하자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비철학에 입각해 오늘날 사고와 문법에 맞게 정렬하자는 것이지요."
그는 '선비정신을 무시하고 폐기처분해도 좋을 만큼 오늘날 우리는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심미적으로 성숙해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선비」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선비의 정신을 이 시대의 토양 위에 재생하고자 한 것. 그렇다면 선비란 누구일까.
"지금의 선비는 단순히 지식인을 가르킵니다. 옛날 선비 역시 유교적 소양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란 점에서는 똑같지만, 적어도 옛날 선비들은 지식을 상품으로 팔기 위해 공부하지는 않았었죠."
이 책이 열어 보여 주는 선비의 세계는 성리학상의 것으로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삶을 모델로 한다. 배경은 사서오경. 오직 진리와 도의에 입각하여 자아를 확립하고 완성하려 했던 사람이 진정 선비다.
"요즘 연구자들은 이기심성론이란 건조한 논법으로 접근하지만, 이기심성론에서는 워낙 추상적이어서 인간의 체취,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책을 자연과 인간, 사회, 죽음과 삶으로 나눈 것도 그 때문이죠. 독자들이 선비의 인격을 스스로 느끼면서 자기성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선비의 사상적 배경과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모든 덕목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역사 속에 잊혀져 가고 있는 선비의 모본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그의 책을 읽은 둘째 아들은 "어렵다"고 했으며, 큰 아들은 "읽으면서 자기성찰을 하게 돼 진도가 안나간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기본적으로 학술서이기 때문에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현대인이 어려운 것은 외면하고 너무 가벼운 것에만 익숙해져 그럴 수도 있다"며 "삶의 철학, 인간과 자연 문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밝혀내는 데 가벼울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을 위해 책머리에 '선비와 오늘'이란 서론 형식의 글을 써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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