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평온해지는 밝은 시
"나름대로의 시상을 풀어놓는 동안 작더라도 손에 잡히는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사물을 묘사하거나 그럴 듯한 단어들을 끌어다 붙여놓는 것이 아닌, 한 편을 읽고나면 마음에 와닿는 줄기 같은 것을 세워두고 싶었어요."
"살얼음판에 발 올려놓듯 두근대는 마음으로 첫 시집을 내고 뛰뚱거리면서도 잘 버티어 내며 오늘에 이른 것 같다"는 시인 김계식씨(70).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마음이 편해지고 평온해 지는 밝은 시를 쓰고 싶다"는 그가 아홉번째 시집 「왜목에서 만난 겨울」(신아출판사)을 내놨다.
"길지 않은 세월 속에 여덟권의 시집을 내어놓았습니다. 시란 갈수록 어려운 것이더군요. 사물을 보는 눈이 무뎌지지 않을까, 그냥 스쳐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늘 귀담아 듣고 응시하며 시세계를 지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구절초부터 시작해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았던 것 같던데, 자연을 섭렵하고 나니 언젠가부터 시도 내면으로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락과 리듬이 살아나는 시들. 현대 자유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내재적으로 전통적 가락이 깔려있다. 고전적이고 관념적인 언어들과 감각적인 표현들, 순수한 고유어와 사투리를 광범위하게 오가는 언어구사력도 풍부하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는 모두 83편. 부지런하다 보니 그 중 20편이 최근 문단에 발표된 것들이다. 시인은 이번에도 '풍-풍류(風流)' '정-세정(世情)' '한-회한(悔恨)' '기-운기(運氣)' '원-소원(所願)'으로 갈래를 타서 실었다. 동양적이고 선비적인 주제들. 시인은 "대자연에 마음을 담으며, 오롯한 사랑을 떠올리고, 한 서린 삶 속에서 진솔함을 찾고, 부딪치는 사물에서의 지혜와 용기를 얻으며, 저 하늘 우러른 소원을 이루어가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전하고 싶어 3집에 이어 다시 시 한 편 한 편을 손글씨로 썼다. 행여 글씨에 눈길을 주다가 시상이 너무 깊이 묻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지만, 인쇄된 글씨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시인을 떠올리는 통로가 된다면 그런 부담 쯤은 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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