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묻힌 전라도 인물 106명 조명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1300년의 세월. 우리 역사 속에 묻혔던, 그러나 반드시 조명돼야 했던 비범한 전라도 출신 인물 106명의 삶이 담겼다.
「전라도 사람들」(도서출판 장문산). 1995년 금호고등학교 교장으로 47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김정수씨(80)가 15년에 걸쳐 펴낸 이 책은 우리사회 일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의 뿌리를 찾고,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퇴직 후에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 때 생각한 것이 역사 속에 묻힌 전라도 인물들에 대한 탐구를 해보자는 것이었지요. 노년의 소일거리로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소홀히 취급된 전라도의 의맥(義脈)을 철저히 되짚어내고자 했다"며 "내가 바로 그 분들의 후손이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으로서 반드시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규장각 등을 터전 삼아 1000년 전 우리 역사의 숲 속을 샅샅이 탐사했다. 인물을 선정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한편, 그들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동양고전과 한문 공부도 새롭게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문중을 찾아가 관련 자료를 입수하고 묘지나 문집 등을 다시 해석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와 달리 고려시대 인물들은 특히 자료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전라도 땅에 본관을 가지고 있는 각 성씨 시조들의 생애와 면면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정리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관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고려시대부터였죠."
고려시대 도선국사부터 조선시대 김인후까지, 인물들은 충신이나 명장 등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만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전라도 출신의 충신과 폐신, 시대 상황에 따라 영욕의 부침을 겪은 정치가, 관료, 장군, 학자들의 행적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김씨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모습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하지만, 그들의 정신세계만큼은 훨씬 더 치열하고 투철했으며 경건했다는 점에서 온고지신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고려시대 3권과 조선시대 3권에 이어 김씨는 임진왜란 이후 전라도지역 의병들의 활약상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역량이 닿는 한 구한말까지 전라도 땅에서 빛나는 삶을 살았던 의인(義人)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굴해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 출생인 김씨는 고창중학교 4년 수료 후 중·고등학교 교원자격 검정교시에 합격,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73년부터 금호고 교감, 광주중앙여자중고등학교 및 금호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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