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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다 - 김성중

김성중(정치팀장)

도내 정가가 기초의회 선거구획정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북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18일 도내 14개 시군의회 의원 정수를 발표하자 이에 대한 저항이 거셌던 탓이다. 위원회는 이날 법규에 따라 '인구수 30%+읍면동수 70%' 기준을 적용, 전주시의회를 2명을 늘리고 순창과 부안군의회를 각각 1명씩 줄였다.

 

공직선거법은 도내 기초의원 정수를 197명으로 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인구수와 읍면동 변동에 따라 시군별 기초의원 수를 재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의 획정안 발표가 있자 예상대로 의원수가 줄어든 부안과 순창지역이 발끈했다. 이들은 가뜩이나 의원수가 적은 지역의 기초의원 정수를 축소했다며 획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인구가 감소 추세로 접어든 도내 다른 8개 시군의회도 향후 의원수 감축 가능성을 의식한 듯 반발에 동참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 지난 25일. 도 선거구획정위는 자신들이 수차례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을 뒤집었다. 이들은 재심의를 통해 지난 2006년 5.31선거 당시의 시군별 기초의원수대로 하는 새로운 안을 6대5로 의결했다. 한 마디로 원안을 '없었던 일'로 만든 것이다. 위원회의 결정은 또 다른 후유증을 불러왔다.

 

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무책임·무소신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원들 상당수는 25일 새롭게 결정된 안에 대해 마지막 절차인 서명을 거부했다. 선관위 관계자도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고, 3분의 2 이상 찬성이 아닌 과반수 의결을 통한 번안은 법적 효력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돌이켜보면 기초의원선거구획정을 국회가 하지 않고 광역자치단체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어 이를 결정하게 한 배경에는 '이해당사자 배제 원칙'이 비중있게 자리한다. 예컨대 국회나 정당, 도의회가 선거구획정을 맡으면 정파적 계산이 끼어들 소지가 커 객관성과 형평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 시민단체, 변호사협회, 도의회, 선관위, 학계에서 11명의 명망가를 추천받아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취지를 비웃듯 도 선거구획정위는 유례가 없는 원안 폐기를 결정했다. 원안 번복 이유를 납득하기도 어렵지만 행정과 정치권의 개입과 눈치 보기가 있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실제 위원회는 첫 번째 획정안을 의결할 때 '인구와 도의원 수가 증가하는 지역은 의원수를 줄이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만들어 1명이 줄게 될 군산시의회 의원수를 그대로 유지시킴으로써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원안에 대한 반발이 일자 위원장이 나서서 당초 획정안을 재심의하자고 했고 시군의회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사실상 안을 내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위원회가 일관성은 물론 존재의 이유를 망각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더구나 '이렇게 시끄럽고 심각할 줄 몰랐다'는 위원회의 획정안 번복 이유를 접하면 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위원들은 획정안 번복과 함께 위원직 사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부끄러움과 자책감 때문으로 보이지만 위원회가 일으킨 혼란은 사퇴서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좀 더 솔직하고 구체적인 해명이 있어야 옳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만든 원안을 손바닥 뒤집듯 폐기한 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행태가 세종시 원안 수정 파문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김성중(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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