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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 수필선 '먼 풍경' 출간

제자 유화수 호원대 교수, 스승 최 교수 수십여권 수필집 추려

좋은 수필사가 시조시인이자 수필가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78)의 수필선 「먼 풍경」(좋은 수필사)을 펴냈다. 그의 제자인 유화수 호원대 교양학부 교수가 지난 50여 년 간 수필론을 강의하고, 세상에 내놓았던 최 교수의 수십 여 권 수필집을 추렸다.

 

"전부 그이가 정리해서 뽑은 것입니다. 내가 나의 대표작을 내놓는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내세우는 게 면괴(面愧)스럽기도 합니다. 그 친구의 눈을 한 번 거친 것이니 나로서는 반갑고 마음이 놓이죠."

 

1부엔 주로 화초 이야기나 오감을 움직이는 음식기행에 관한 이야기다. 스스로를 '미식가'가 아닌'잡식가'라고 말하는 그는 1980년대부터 잡지 「식생활」 의 기고를 계기로 전국을 분주하게 발품 팔면서 맛기행을 나섰다.

 

"이 음식이 여기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렇게 되면 음식 하나를 먹어도 아무렇게나 먹을 수가 없지요. 예로부터 전주엔 '사불여설(四不如說)'이란 말이 있었어요. 뛰어날 법 하지만,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네 가지를 뜻합니다. 전주 음식만큼 뛰어난 것은 없다는 걸 역설적으로 설명한 말이지요. 그래서 참 행복했습니다."

 

2부엔 그의 수필집 「시조 에세이」,「한국의 소리를 찾는다」,「한국을 대표하는 빛깔」 등에 실린 글들을 모아졌다. '소달구지 소리'에선 꿈 속 같은 평화로움을, '담뱃대 터는 소리'에선 낭창거리는 멋과 카랑거리는 여운 등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그는 진짜 풍류를 알았던 문인 임에 틀림없다.

 

석정·가람 선생, 이영도 시조시인은 그의 삶과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인연. 3부에선 이렇듯 호방하면서도 멋을 아는 대인들의 도량과 풍모를 엿보는 글들이 담겼다. 그의 유년 시절에 대한 꿀 같은 추억, 집, 책 이야기 등은 4부에 연재됐다.

 

책장을 넘기기 전 숨가쁜 호흡부터 가다듬게 하는 그의 글은 마음을 맑아지게 하는 힘을 지녔다. 더러 세상살이가 마음 같지 않아도 매화꽃의 기품으로 살자는 그의 가르침은 이 시대의 선비상에 다름 아닌듯 하다. 전북의 참 멋을 담은 작품을 더 많이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는 최 교수는 이웃과 둘레에 자신의 글이 잡풀이었던 적은 없을까 뒤돌아본게 된다고 했다. 이같은 자성(自省)은 한 생애를 걸고 얼마나 철저한 어른이었던가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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