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철학자, 자연과 공동체의 삶 말하다
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지내던 윤구병(67) 씨는 1995년 교수 자리를 내놓고 전북 부안의 변산으로 농사를 지으러 들어갔다.
"사람이 제 앞가림도 못하고, 이웃과 어울리지도 못하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다.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는 직접 공동체의 복원에 나섰다.
그가 세운 변산공동체에서는 지금도 20여 가구 50여 명이 '느슨한' 지역 공동체 틀을 지키며 논밭을 일구고 살아간다. 교수로 15년, 농부로 15년을 보낸 '농부 철학자' 윤구병 씨가 자연과 공동체에 대해 사색하고 실천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 세 권이 함께 나왔다. 짧은 글들을 공존과 생명, 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각각 묶은 책들로,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펴냈다. 「흙을 밟으며 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의 이야기다.
저자는 '돈이 재주를 넘어 둔갑해 사람 행세를 하는' 자본주의 폐해를 비판하며,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좋은 세상으로 꿈꾼다.
그는 마을 공동체에 행복하게 뿌리 내린 다영이네 이야기를 전하며 "끼닛거리도, 입성도, 잠자리도 돈이 마련해주는 건 아니라는 아주 소박한 깨우침이 다영이네를 공동체에 뿌리내리게 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는 일과 놀이, 공부가 다르지 않은 윤씨의 교육관을 담았다.
저자는 "유대인 학살보다 더 참혹한 게 지금 온 세계의 교육 현실"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아이들이 알차게 삶을 꾸리도록 길을 열어주기는커녕 '남의 몫을 가로채는 법'과 '잔머리 굴려 불쏘시개감도 못 되는 돈만 산더미처럼 쌓아올리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 여기는 법'이나 가르치고 있다는 것.
그는 "아이들의 감각 능력과 신체 능력의 온전한 개발과 함께 비판하고 창조하는 능력, 파괴하고 건설하는 능력도 길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는 생명과 생태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란 우리가 밥을 먹으면서 다른 생명의 '생체 보시'를 받는 것이므로, 이 '만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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