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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선택우선론 VS 생명우선론 - 김관식

김관식(자연산부인과원장)

2008년 신생아 수는 46만여명, 작년 한해 출생한 신생아 수는 약 45만 전후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확한 통계치는 없으나 인공유산 수는 한해 신생아수의 2-2.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공유산 문제에 대하여 정부는 2009년 11월 25일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 회의' 에서 적극적 대응을 천명하였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불법적 인공유산을 중단할 것을 회원들에게 권고하였으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인공유산수술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태아의학의 연구에 따르면 6-7주경부터 뇌파가 감지되고 12주가 되면 주민등록증에 찍히는 지문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태아의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아직까지도 명쾌한 해답은 없다. 가장 널리 읽히는 산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길이가 25cm 또는 몸무게 500g미만일 때 -이를 주수로 환산하면 제태령20주 내지 22주에 해당하는데- Arbotus(유산아)라고 부른다. 그 이상이 되어야 자력으로 세상을 살아낼 최소한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달로 치면 5-6개월에 해당하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의학에 있어 태아의 생명을 논하는 기준은 아니다.

 

인공유산의 적응증은 크게 보아 네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의학적 적응으로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모체 또는 태아의 정신 및 신체의 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경우이다. 다음은 우생학적 적응으로 모체 또는 태아가 유전성 질병 또는 장애가 있는 것이 확실한 경우다. 또한 강간, 근친간 또는 임부 및 그 가족의 명예가 지켜져야할 특수한 상황인 윤리적 적응들 수 있으며 그외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출생아의 양육이 곤란하거나 출생아 때문에 가정생활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적응증의 허용범위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경우는 모자보건법에 인공유산의 허용범위를 정해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칼집 속의 칼이었다. 그러니 한편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법개정을,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의 법조항을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두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의 현행법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유전질환이나 기형이 확인된 임신, '법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성폭행 임신의 인공유산이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인공유산 찬성단체를 중심으로 여권신장에 노력해온 선택우선론자들은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처함에 있어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 반대자들은 생명의 존엄성은 그 어떠한 것보다 우선한다는 생명우선론을 제기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에는 우열이 없으며 생명의 시작이 언제부터인가 하는 문제는 완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예로 든 임신의 환자에게 생명이 우선이니 라고 쉽게 운을 떼기 또한 힘들다.

 

생명과 관련된 인공유산 문제는 선택우선론과 생명우선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성적 논의의 틀 안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다듬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논의가 전투적일 때 그 상처는 우리의 딸들에게 그리고 우리사회에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김관식(자연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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