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호(익산본부장)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어느 누가 어느 지역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소식이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으니 선거의 계절임이 새삼 실감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표현보다 출사표를 던졌다는 단어가 더 익숙해진 언론들을 접하면서 삼국지에 나오는 그 유명한 제갈량의 출사표 한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출사표란 원래 신하가 적을 정벌하러 떠나기전에 황제나 왕에게 올리는 표문(表文)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인 제갈량이 위나라 토벌을 위한 출전에 앞서 황제에게 올린 출사표는 주군과 나라에 대한 충절, 상황을 탓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대천명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오늘날 후세에까지 생생하게 회자될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제갈량은 어느날 황제 유선(劉禪)을 찾아가 위나라를 치러 가겠다며 출사표(出師表)를 올린다.
삼국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한채 작고한 선제(先帝) 유비(劉備)의 유훈을 받들어 승패를 염두에 두지 않고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臣鞠躬盡力 死而後已)이란 서두로 시작된 이 출정의 글에는 천하통일 대장정에 나서는 제갈량의 절절하고 비장한 심경과 대의(大義)를 좇는 초지일관이 잘 드러나 있다.
당시 위나라는 촉한 보다 국토면적, 인구, 군사력 등에서 우세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은 기꺼이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연한 결의를 밝혔다.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뒀지만 제갈양의 출사표는 고금의 명문으로써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 널리 인용·통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큰 일을 시작하거나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지를 밝히는 것 쯤의 의미로 출사표 사용에 전혀 주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6·2 지방선거를 맞아 제갈량의 그것과는 조금 성격이 좀 다르더라도 요즘 익산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출사표'가 나오고 있다.
설명절이 지나 정국은 더욱 급속히 선거국면에 빠져들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하마평이 무성했던 후보들의 출사표 역시 날개달아 줄을 이을것으로 본다.
익산지역 정가에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현재 거론되는 출마 후보들만 보면 시장 13명을 비롯해 광역·기초의원 등 대략 90여명에 달하고 있고, 교육의원 등 기타 후보와 인지되지 않은 후보까지 합하면 줄잡아 100여명 안팎에 이를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동안 지역민들은 후보들의 출사표 소식을 귀따갑게 들어야 할것같다.
하지만 이미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한 많은 후보자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출마 저울질에 눈치만을 보고 있는 일부 예비후보자들이 비교되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상당수 후보들이 오늘까지도 분명한 입지를 밝히지 않은채 이판 저판을 기웃거리는 저울질만 되풀이 하자 지역민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도의원·시의원에 당선돼 주민에게 어떻게 봉사하고 지역발전을 어떻게 도모하는냐에 주안점을 두기보단 자리 그자체만을 욕심내는 후보자들인것 같다는게 그들의 지적이다.
입지가 분명하다면 잔꾀나 부리며 세월을 농하지 말고 하루빨리 분명한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
자리만 탐내는 인물인지, 진정한 지역 일꾼인지를 가려낼줄 아는 지역 유권자들은 대의를 당당하게 밝히고 민심 속으로 몸을 던지는 진정한 모습에서 귀중한 한표를 행사할줄 아는 현명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던지는 충고로 여겨주길 바란다.
/엄철호(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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