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 꽃피울 사고력 키워야"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완판본 「숙영낭자전」을 뜯어 벽에 바르던 철 없던 아이가 우리말을 사랑하는 교사가 됐다. 까만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앞에서 토박이말로 수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염시열씨(60·전주오송초 교사). 지난해 군산대 대학원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초등학교 국어 수업 구조와 어휘에 관한 연구'를 다듬어 「토박이말로 여는 한국어 수업의 사상과 언어」(도서출판 문사철)를 펴냈다.
"1975년 교사로 발령을 받고나서 한 10년 동안은 별 생각 없이 교사로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3·1절 기념식을 보며 내가 우리 것으로 수업을 하고있나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는 "모든 인류가 쓸모를 위해 외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생각만큼은 모국어로 한다"며 "모국어의 어휘 수를 늘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래어가 들어올 경우 반드시 토박이말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것. "사고력을 높여야 새로운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 교육과정은 홍익인간이란 교육이념을 총론에서 내세우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외래적인 이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온통 외래어이고 들어온 이론 뿐이죠. 적어도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국어 수업의 구조와 용어는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뿌리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일본식 한자로 100%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픈 역사를 생각할 때 우리말 수업은 자기 존재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책은 '한국어 수업의 새길'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수-학습의 구조와 어휘' '전통문화를 활용한 교수-학습' '선인들의 글쓰기 과정과 교수-학습' '전통 문화에 기초한 교수-학습의 진전 양상' '맺음말'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시경이 「국어 문법」을 펴낸 지 100돌이 되는 올해, '전통문화를 활용한 교수-학습'에 실린 '삼태극 사고 구조를 활용한 교수-학습'은 그가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대목이다. 그밖에도 '토박이말 말 꾸러미'와 '순우리말 달력 열두 달 이름과 이레 날 이름' 등을 부록으로 더했다.
염씨는 임실 출생으로 1999년 교육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초등학교에서 우리말로 국어 수업을 하는 방법과 과정을 담은 사례집 「토박이말로 여는 국어 수업」 등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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