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시인 청소년시집「난 빨강」
초록으로 가는 연두이거나 톡톡 튀는 빨강.
박성우 시인이 출간한 청소년 시집 「난 빨강」(창비)은 오감이 예민해지고, 감정기복이 심한 청소년기를 풋풋한 연두와 발랄한 빨강으로 요약한다.
'성적이 이게 뭐냐?','복장이 이게 뭐냐?'고 다그치는 어른들을 향한 하이킥은 빨강에 가깝고, 버스에서 만난 여고생 누나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마음은 연두에 가깝다. 교훈적이거나 훈계적인 시를 탈피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속 깊은 이야기. 동시집과 어른들 시집만 읽어야만 하는 청소년들의 공백기를 채워주고 싶었다는 그는 시를 쓰면서 알 수 없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직 많은 것들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니까 너무 철들지도 말라"고 다독이고 싶었다고도 적었다.
10대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 이성에 대한 끌림에 대한 예민한 촉수가 반갑다. 청소년 시에서 금기시되다시피했던 성적 호기심을 꾸밈없이 담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엿보인다.
"성에 대한 호기심을 시로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어요. 동네에서 만나고, 문예교사로 인연을 맺었던 아이들 이야기도 있고, 청소년 상담자와 교사들의 이야기도 참고했습니다. 책상 앞에서 머리 굴리기 보다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데 힘을 쏟았는데, 솔직한 이야기를 듣긴 정말 힘들더라구요. "
시인이 아이들 눈으로 본 입시 지옥은 악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 간 동네 오빠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가 미워 일부러 시험을 망치고 싶었다는('서울대') 솔직한 마음과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더니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끓여먹고 있다는('신나는 악몽') 유쾌한 상상력을 재밌게 버무렸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이 참 좋을 나이. 하지만 시인은 그들을 턱없이 눈부시게만 바라보는 상투적인 시선에 반기를 든다. 학창 시절 견뎌내야 할 지난한 몸부림은 물고기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오버랩된다. 황량한 내면의 몸부림을 말조개로 형상화시켰고, 경매로 넘어간 정든 집을 떠나는 날을 절제된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청소년들의 내면을 그만의 서정성으로 풀어낸 시로 완성도를 높였다.
앞으로 다른 작가들도 청소년 시를 쓰게 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아이들의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귀담아 청소년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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