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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김자연씨 첫 동시집 '감기 걸린 하늘'

"동시 징검다리 삼아 다가가기"…아이들 눈높이서 바라본 가족 친구 자연

심심할 때, 기운이 없을 때, 마음이 슬퍼질 때, 그는 동시를 읽는다. 그에게 동시는 편안한 친구이고 재미있는 놀이이고 언제 바라다 보아도 기분 좋은 푸른 숲이기 때문이다.

 

동화로 아이들을 만나왔던 아동문학가 김자연씨(50)가 동시집 「감기 걸린 하늘」(청개구리)을 펴냈다.

 

동시집은 처음. 그는 "'무작정 그대가 좋아요'란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는 동시와 동화가 그렇다"며 "동시가 좋아, 동시 쓰는 것이 좋아 어느 때부터인가 그냥 동시를 읽고 썼다"고 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담긴 쉽고 재미있는 동시가 좋아요. 가방 속에 동시집 한두 권을 넣고 다니며 늘 땅콩 까먹듯 짬짬이 까먹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좋은 동시들이 내 동시의 스승인 셈이지요."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자연과 사물에서 동심을 발견해 낸다. 공부와 성적, 학원에 시달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가만히 있어도 / 땅이 푹푹 꺼진다. // 가만히 있어도 / 방이 푹푹 꺼진다. // 가만히 있어도 / 마음이 푹푹 꺼진다. / 숙제가 많은 날은' ('숙제가 많은 날' 중에서)

 

'영어학원 갔다 수학학원으로 / 수학학원 갔다 미술학원으로 / 미술학원으로 갔다 음악학원으로 도는 / 나는 팽이다.' ('나는 팽이다' 중에서)

 

엄마의 사랑에 관한 시도 인상적이다. '밥을 먹었는데 / 배가 부르지 않다. // 배는 볼록한데 /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엄마 없는 날' 전문)

 

벌레를 탁 손으로 잡는 엄마가 아프다는 내 말에는 쩔쩔대는 모습을 그린 '우리 엄마'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싶은 시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문을 닫게 된 학교의 모습과 이용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우체통 등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눈도 우리 아이들이 간직하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안타까운 일상과 고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동시집을 징검다리 삼아 동시와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그러나 첫번째 시 '왕버들 나무'부터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 편 한 편 미소 짓게 하거나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예쁜 시들. 어느새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오염에 찌든 회색빛 도시도 초록빛으로 깨끗해 지는 느낌이다.

 

김씨는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다. 1985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단추의 물음표 새들'이,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까치네 학교'가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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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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