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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하이힐 장학사와 몸통, 꼬리 - 이성원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처음엔 서울시교육청 하이힐장학사 사건이 일회성, 일과성인줄 알았다. 음주가 빚은 여러 가지 해프닝 중 조금 독특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고구마 줄기 캐기의 시작이었다. 상납고리가 밝혀지고, 출처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뭉치가 발견되고, 현직 교장들이 줄줄이 굴비 엮이듯 구속됐다. 검찰은 교육 부조리를 직접 겨냥하고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비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급기야 '머리'라고 할 수 있는 공정택 교육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답게 교육비리가 우리나라 뉴스의 한 중심에 서게 됐고, 누구도 이를 의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비리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의 반영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항상 문제가 터지면 몸통과 꼬리 논란이 벌어진다. '머리'와 '몸통'은 따로 있는데 '꼬리'만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꼬리 자르기 수사' '꼬리 자르기 처벌'이라는 말도 있다.

 

반대의 상황도 있다. 조그마한 꼬리를 잡아서 몸통을 흔들려는 시도다. 무리한 수사네, 짜맞추기 조사네 하는 비판을 받기 쉽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오죽하면'왝 더 독(wag the dog)'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왝 더 독이란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뜻으로, 본말이 전도된 엉뚱한 상황을 말한다.

 

1998년 나온 이 영화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전쟁을 조작해 TV를 통해 방송함으로써 이를 이슈화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영화 개봉시기에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곧이어 미국이 수단·아프간을 폭격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국민에 대한 권력층의 이 같은 눈속임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선거때만 되면 터지는 색깔논쟁과 북한의 침공설과 국가 위기설 등이다.

 

그러나 사실(fact)과 진실(truth)은 다르다. 교육비리의 심각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fact)이지만 교육비리만이 모든 것은 아니다. 6·2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도 따져보고 4대강도 생각하고, 무상급식도 점검해봐야 한다. 정당의 책임도 묻고 연고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교육비리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교육비리에만 얽매여서도 안된다. 교육비리 말고도 우리가 생각하고 검토하고 평가하고 따져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교육비리 문제가 불거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비리에 대해 유권자들보다 훨씬 민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교육감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그들에게 넘겨주자. 그들이 내놓는 교육비리 대책, 교육비리 척결의지를 보고 투표기준을 삼으면 될 것이다. 주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한 교육비리가 '용 머리로 시작해서 뱀 꼬리로 끝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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