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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김경희 칼럼집「매화 눈트는 이 아침에」

맑은 향기 전하는 삶에의 성찰

"한 편의 글을 읽고 나면 최소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난 뒤의 개운함과 맑아짐이 있어야 합니다. 산사에서 정성껏 우려낸 수제 차는 못 따라가더라도 최소한 자판기 커피 맛은 벗어나야겠지요. 글방 앞에 보초를 세우고 온 힘 다해 쓰고 싶었습니다."

 

문학인(文學人) 김경희(63)씨가 펴낸 칼럼집 「매화 눈트는 이 아침에」(신아출판사)는 '차렷' 자세로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서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지만, 엄숙 단정한 정신력은 묵언수행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했다. '어머니와 김장문화'를 통해 36년간 부모님과 동고동락하면서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감정을 발효시켜 곰삭은 글을 내놓았다. 삶은 곧 발효문화라는 속깊은 성찰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 땅의 영원한 비정규직'에서는 1960년대 '조건부 공직자(비정규직)'로 근무하던 그가 나온다. 매달 월급날만 돌아오면 가끔 속이 상했던 그는 열심히 노력해도, 착하고 근면해도 안되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느껴야 했다고 적었다. 이 지구상에 영원한 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그의 일침은 88만원 세대의 안타까운 몸부림을 가만히 다독인다.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붓대가 꼿꼿해지는 순간도 많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뒷돈을 받고 '뇌물대전'으로 얼룩진 2007년. 그는 '그림값과 사람값'을 통해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세속에 능할 것인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가슴 뛰는 권리'를 주고 갈 작가의 맑은 혼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시대와 불화해야 한다는 뜻도 곁에 둔 것을 보면, 세상살이가 더러 마음 같지 않아도 매화꽃의 기품으로 살자는 그의 속뜻에 다름 아니다.

 

순창 출생인 그는 국제펜클럽 전북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대한산악연맹 전라북도 연맹 고문, 한국문인협회 전라북도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덕진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과 전라북도교육문화회관 시·수필창작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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