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대표)
얼마 전에 미국, 영국, 일본의 농어촌 인구에 대한 자료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진국과 우리의 발전단계나 상황이 달라 선진국의 정책, 사례, 경험을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농촌과 비교하면 무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의 저출산과 40~50년대 도시화를 거치며 꾸준히 감소해오던 농어촌의 인구가 80~90년대 이후 증가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2.7% 증가율에 이어 1990년대 10.3%의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였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노령층이 이주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30~59세의 고학력 고소득 백인층이 농어촌에 이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농어촌의 다양한 일자리와 교통 및 통신 서비스의 발달, 농어촌의 어메니티에 대한 인식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90년대부터 매년 6만 명 정도가 농어촌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 15년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총 인구증가율 2%에 비해 농어촌인구는 5.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노령인구의 이주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인구이동의 원인에 대해 웰빙, 건강, 교육의 관점에서 농어촌의 어메니티의 가치 상승, 도시에 뒤지지 않는 일자리의 창출, 교통 및 통신 등의 기반시설의 확충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현상적으로 약간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47년부터 49년 사이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시기를 맞음에 따라 농어촌 회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세대를 농어촌에 이주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풍부한 자연환경을 지닌 중소도시 및 중산간지역을 도시적인 서비스와 여유 있는 주거환경, 풍부한 자원을 향유할 수 있는 자립적인 권역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다자연(多自然) 지역정책과 주말체제농원이나 별장 등으로 2지역 거주(multi-habitation)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의 경우 이미 농어촌의 인구 유입이 시작되어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도시민의 욕구를 충족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 인구 유입을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농어촌의 인구유입에 대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영국, 일본의 정책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농어촌의 어메니티를 건강, 교육, 복지의 관점에서 보다 폭넓게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농어촌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기 위한 일자리와 공공서비스의 향상을 농어촌의 인구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촌이 없는 도시는 공허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농촌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그 공허함은 자연과 함께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이웃과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농촌활성화와 관련된 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현재의 농촌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농촌으로 돌아올 도시민들을 함께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래야만 진정하게 농촌도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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