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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삼보일배도 새만금 전당으로 - 김원용

김원용(편집부국장)

19년 전에 태어난 '만금'이가 오늘 세상 밖으로 나온다. 19살배기 만금이는 올해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이나 사회 첫 발을 딛는 초년생과 동갑이다.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한 개인의 성장사도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인 데,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태어난 만금이의 19년을 어찌 몇 줄의 글로 다 이야기 할 수 있으랴.

 

만금이는 탄생 당시엔 전북 도민들의 축복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성장과정에서 애물이 되기도 했다. 아니 축복보다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로 저주를 받은 시간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만금이를 낳은 전북도민들에게 그는 언제나 애물(愛物)이었다. 정치권과 환경단체, 전북 밖의 많은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이나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지만, 대다수 도민들은 그를 애지중지하며 끝까지 품었다. 그렇게 지켜온 만금이가 어느덧 성인이 돼 오늘 대한민국의 당당한 아들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만금이가 당당하고 건장한 우리의 아들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앞만 보고 달려온 사업 추진체와 전북도민의 힘과 의지가 중요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고 본다. 풍상을 많이 겪은 초목이 강해지듯 만금이에 대한 손가락질과 핍박이 있었기에 더 건강해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 물론 만금이가 풍상을 겪지 않았더라면 훨씬 빨리 자라 벌써 오래 전에 세상 밖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할 보호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만금이는 오늘의 만금이가 아니리라.

 

지금의 만금이는 성장 촉진제만 맞고 자란 만금이가 아니다. 때로 보약도 먹고 때로 단식도 했다. 회초리로 맞고 몽둥이 몰매도 당하고 칭찬도 받으며 성장했다. 편식이 아닌, 여러 영양소를 섭취했기에 만금이의 건강이 더 튼실해졌다고 본다.

 

만금이가 세상무대로 이제 막 공식적으로 데뷔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명사' 반열에 오른 것도 회초리와 몽둥이 역할이 컸다. 세계 최장이라는 방조제를 비롯, 토목공사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것들은 눈에 보이는 만금이의 가치다. 반면 회초리로 만금이를 키운 아버지가 환경단체와 종교계 인사들이다. 환경단체는 만금이의 몸에 흐를 피(수질)가 탁해지는 것을 막고, 만금이로 인해 갯벌 등 주변의 이웃이 멍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회초리를 들었다. 부안 해창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환경 훼손과 생명 파괴를 막기 위해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이 합동으로 벌인 '삼보일배'는 그 하이라이트였다. 6년 전 이맘때 쯤 60여일간 진행된 삼보일배 역시 응원의 열기나 거리, 기간 면에서 기네스북 감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갖게 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분들의 활동도 오늘 성년의 머리를 얹게 된 새만금씨의 성장사에 큰 페이지로 기록되고, 콘텐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믿는다. 그럴 때에 아리울이라는 호까지 얻은 새만금씨의 울타리가 더욱 넓어지리라. 새만금을 살찌우도록 회초리를 든 분들도 오늘 새만금의 성년식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새만금을 만금이라고 해서 언짢게 여기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새만금을 신성시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좀 더 친근하고 편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금이라고 불러보았다.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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