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24 22:04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책의 향기
일반기사

[책의 향기] 14년만에 우화소설 '연어' 속편 '연어 이야기' 낸 안도현 시인

"사람과 사람…삶과 죽음…모두 생태의 끈으로 이어져 있죠"

'난 말이야, 넘지 못할 벽은 없다고 생각해. 아니 오히려 뛰어오르라고, 도전하라고 벽이 높이 솟아 있는 게 아닐까? 벽 앞에서 절망하고 되돌아서는 이들을 위해 한번 덤벼들어보라고, 주저 앉아서는 안된다고,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고 벽은 말하고 있는 거야. (…) 많은 연어들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p23)

 

우화소설 「연어」 그 후 14년. 안도현 시인(49·우석대 교수)이 후속작 「연어 이야기」(문학동네)를 펴냈다. 시인은 "기대 이상으로 「연어」를 사랑해준 독자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며 "3년 전 시작했지만 시 쓰는 마음으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느라 늦어졌다"고 했다.

 

이야기는 '은빛 연어'와 '눈맑은 연어'의 딸인 '나'가 또 다른 연어 '너'와의 사랑을 깨우치면서 다시 험난한 바다로 나아가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물론 삶과 죽음이라는 상반된 현상까지도 끈처럼 연결돼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그 끈에 대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길에 대해, 서로를 물들이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인은 사랑에 다가가기 위한 길이 얼마나 많은 것들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지 묘사한다. '너'에게 가기 위해 강을 만들고, 강은 물소리를, 물소리는 흰 새 떼들을, 흰 새 떼들은 눈발을, 눈발은 울음을 우회한다. 마치 맑고 따스한 한 편의 산문시를 읽는 듯하다.

 

여기에서 시인이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 그 누구도 혼자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하지만 그 벽은 뛰어넘거나 뚫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야 하는 '사랑의 기술'이 요구된다.

 

'스며드는 것은 소리가 나지 않아.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지. 침묵으로 말하는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너한테 수없이 많은 말을 하는 거지. 우리가 강물에 스며드는 것처럼, 물이 우리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p75)

 

시인은 그런 의미에서 '스밈'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 '너'가 죽음을 맞는 부분은 "쓰는 동안 주인공의 죽음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과 오버랩 되기도 했다"며 "죽음으로 자유를 완성하는 결말 부분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랑 이야기에 생태의식도 담기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칠 겁니다. 연어가 넘으려 했던 벽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네요."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