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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김완주·정운천의 실수와 실험 - 김성중

김성중(정치팀장)

 

지난 6월 2일의 전북도지사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의 득표율에 모아졌지만 기자는 멀리 경남 도지사 선거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MB맨 한나라당 이달곤 전 행안부장관과 친노맨 무소속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맞붙어 김 후보가 승리한 경남은 전북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유치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 MB맨이 당선될 경우 LH 유치전에서 전북이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

 

그러나 도내 선거에서 정운천 후보는 MB와의 교감을 지렛대 삼아 '당락에 관계없이 LH 전북 일괄유치' 공약을 내세웠고 민주당 전북도당과 김완주 후보는 '대 도민 사기극'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정 후보를 맹공했다. 물론 경남에서도 이달곤·김두관 후보 모두 'LH 경남 일괄유치'를 외쳤기 때문에 정운천 공약의 성사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민주당과 김완주 후보의 대응은 정치적으로 매우 미숙했다.

 

왜냐면 전북이 그토록 원했지만 멀어져가는 LH 일괄유치를 정부여당의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교감까지 거론하며 추진하겠다면 환영은 못할망정 쪽박을 깨지는 말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의 공약이 전북에 전혀 손해 날 게 없었다는 현실적 판단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정운천의 LH 일괄유치는 '울고 싶은 데 때려준 격'이었다.

 

지금까지 김완주 도정은 'LH 일괄유치'→'LH 8대2 분산유치'→'LH 일괄유치+농업진흥청 등 농업기능군 포기 검토'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관성을 상실했던 배경에는 야당 도지사의 태생적인 정치력 한계가 자리한다. 이는 LH만을 놓고 굳이 '갑'과 '을'의 관계를 정한다면 전북은 경남에 끌려 다니는 '을'의 위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정운천 공약을 '사기극'으로 몰아부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실수다. 선거전략 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당선이 확실한 마당에 구태여 전북에 이익이 되는 상대의 카드를 짓밟을 하등의 이유는 없었다. 도리어 민주당과 김 지사는 LH 공약을 적극 환영함으로써 청와대와 정부로 하여금 정치적 부담을 갖도록 하는 게 현명했다. 특히 정치생명까지 걸며 LH 일괄유치를 하겠다는 정운천의 결기에 대해 보다 깊은 성찰을 했어야 맞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과 김완주는 일단 정운천에게 '정치적으로 낚였다'고 하겠다.

 

이 때문에 선거전에서 정운천 사퇴를 주장했던 민주당과 김 지사의 처지는 공세에서 수세로 바뀔 공산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정운천 낙선자가 약속 이행을 위해 중앙과 전북을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왕궁축산단지를 찾은 그는 내달에 LH 일괄유치와 새만금개발청 신설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공약 실천 행보에 나선다.

 

전북의 선거 역사상 도지사 낙선자가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역장벽을 허물기 위해 출마했다는 정운천은 18% 득표라는 절반의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 '장벽 허물기'가 명분의 실험이었다면 'LH 유치'는 실리의 실험이다.

 

정치 실험의 결과는 정운천의 진정성과 MB의 결단에 달려있지만 문제는 실험이 성공하면 민주당과 김완주 지사는 '할 말'이 없게 되고 정치적 부담도 매우 커진다는 사실이다.

 

'실수'와 '실험'을 동반한 6.2 전북도지사 선거는 그래서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성중(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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