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 출간
대학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며 근근이 먹고살던 남자가 어느 날 헤어진 여자친구의 청첩장을 받고 복수심을 불태우며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남자는 베스트셀러를 연구해 '팔리는 책'을 쓰는 열여섯 가지 원칙을 세우고 이 요건을 짜 맞춘 소설을 완성한다.
'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중앙북스 펴냄)는 주인공 피트 타슬로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은 베스트셀러와 문학, 출판계의 현실을 반짝이는 재치로 비꼬며 통쾌한 웃음을 던진다. 저자 스티브 헬리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인기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쇼'의 작가로 활동해왔으며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라는 여행기를 펴내기도 했다.
주인공 피트의 소설 쓰기 제1원칙은 '진실을 버려라'다. 대신 수줍은 성격의 인물, 인생 역전의 인물, 뜻하지 않은 연애 사건, 사랑을 포기했지만 아름다운 백조로 판명나는 여자 등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총동원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초월한 사랑에 열광한다. 그리고 일터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크리스마스를 소중히 여기는 얼간이 아빠, 광선 검 전투, 매력적인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하는 짜증 나게 못생긴 여자, 그리고 멋쟁이 탐정을 좋아한다."(59쪽)
애매모호한 슬픈 느낌의 결말, 서정적인 문체, 운전하는 모습이 시적이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고속도로 장면, 힘든 일터에서 기적적으로 해방되는 주인공, 잘 알려지지 않은 이국적인 장소도 빠져서는 안 될 베스트셀러의 요건이다.
이렇게 "멋있는 요소란 요소는 죄다 투입"해서 탄생한 소설이 '회오리바람 장례 클럽'이다. 이 소설은 우연히 어느 유명 여배우의 스캔들 사진에 당당히 자리잡고 인기 드라마에서 살인마가 읽는 책으로 도 등장하는 '행운'을 잡으며 베스트셀러가 된다.
운 좋게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진실'이 없는 소설의 최후는 비참하다. 소설의 세계를 그린 이 소설은 시종 유쾌하지만 그 속에는 문학의 진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황소연 옮김. 39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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