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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선생님께서 하시죠" - 김원용

김원용(편집부국장)

정치에서 양보의 미덕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접었어야 했다. 그래도 교육분야는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도의회 교육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 달 넘게 티격태격하고 있다. 나아가 도교육청 조직개편안을 포함 여러 주요 안건들이 교육위에 묶이면서 교육 현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위원장 자리 하나로 이렇게까지 파행을 겪지는 않는다. 교육을 다루는 상임위인 까닭에 보다 교육적이고 모범적이어야 할 교육위의 모습이 오히려 구겨져 안타깝다.

 

전북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경기도와 전남, 충남 등에서도 교육위원장 자리를 놓고 같은 양상의 갈등을 겪고 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과 교육의원간 명분과 감투싸움이다. 그러고 보면 먼저 제도적 문제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지난 2월 부랴부랴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에 갈등의 불씨는 이미 예고됐다. 교육계의 반발 속에 주민 직선으로 시·도 교육의원을 선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교육위원회를 광역의회에 흡수시키면서 이질적인 구성이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모든 걸 제도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도의원과 교육의원간 소통하며 무리없이 위원회를 꾸린 시도 의회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독식 구도의 대구와 경남도의회, 전북과 같은 민주당 일변도의 광주시의회는 교육위의 특수성을 감안해 교육의원을 위원장으로 배려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는 민주당 시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운영되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시도 의회간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기본적으로 광역의회를 지배한 다수당의 유연성 차이에서 나온다고 본다. 1당 독식이 아닌 시도의 경우도 무리가 없었다. 전북의 경우 민주당 독식 구도에다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정당의 전리품으로 여긴 경직된 사고가 현재의 갈등을 가져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초기 의장단 구성 단계에서 예견된 문제였던 교육위원장 부분에 대한 민주당내 세심한 검토와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출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자체 내부 투표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결정됐다. 자신들끼리 나눠 가질 몫만 생각했지 그 후유증은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물론, 민주당이 강변하는 대로 법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다. 지방자치법상 교육위원장을 교육의원만 맡게 규정되지 않았다. 교육의원들이 주장하는 전문성이나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교육의원이 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자기중심적 해석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실제 전문성은 높지만 편협한 쪽으로 흐를 수 있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법적 제도적 잘잘못이 아닌 사람의 문제다. 교육의원들 요구대로 교육위원장이 자리를 내놓으면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제안한 후반기 위원장 보장 등 절충안을 교육의원들이 받아들여도 풀린다.

 

그러나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한쪽의 양보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일반적 정서는 현재의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는 쪽이었으면 바람이지 않을까. 이번 의회에 진출한 의원들이 한층 젊어졌다. 상대적으로 교육의원들은 모두 교장을 지낸 60대 이상 교육계 원로들이다. 교육의원들의 제자들도 의원 중에는 많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하시죠"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을는지. 혹시 아나, "제자가 그대로 해" 할지도. 교육위는 그래야 한다고 본다.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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