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덴고와 아오마네의 순수한 사랑이야기…초판 10만부 전량 판매 '선풍적 인기'
"아오마메가 죽기를 중단한 것은 먼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울림 속에서 아오마메는 그리운 따스함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는 아무래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p43)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1)의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 3권은 여성 킬러 아오마메가 자살을 하지 않고, 은신처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아오마메는 폭력을 혐오하는 부잣집 노부인의 지원으로 비밀 종교단체 '선구'의 교주를 살해하고 도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초등학교시절 첫사랑이었던 덴고와 재회하게 되는 아오마메. 덴고를 다시 만날 희망에 자살을 단념한 아오마메는 '선구'의 추적을 피해다니면서 겨울을 보낸다. 작가 지망생 덴고 역시 정신병을 앓는 아버지를 찾아간 요양소에서 소녀 시절 아오마메를 환상으로 본 뒤 늘 그를 마음에 품고 다니고 있다.
전편(1~2권)이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한 장씩 교차됐다면, 3권은 아오마메의 행적을 쫓는 우시카와까지 등장해 긴장감을 더한다. 명민한 두뇌, 못생긴 외모, 삐뚤어진 마음을 지닌 이 전직 변호사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인연을 파헤치가면서 그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무라카미는 이 책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시대의 세상 전체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종합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편은 광신도 집단, 가정 폭력 등 일본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다루면서 '종합소설'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하지만 3권은 덴고와 아오마메의 순수한 사랑에 좀 더 집중돼 있다. 특히 아오마메는 이전 그의 소설에서 남성적 판타지에 그대로 순응했던 여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상실의 시대」에서 애잔하게 그렸던 무력한 사랑과는 대척점에 놓여 있는 것.
아오마메는 사랑을 통해 개인에게 가해지는 세계의 폭력을 넘어선다. 그의 사랑은 세계의 질서를 제 뜻대로 재편하는 막강한 힘이다. 심지어 그녀에게 목숨을 잃은 교주의 도움까지 얻어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기를 수태하는 기적을 일으킨다. 때문에 강렬한 전개를 기대했던 일부 독자들은 이같은 구성을 두고 '원작만한 속편은 없다'는 세간의 법칙을 그대로 반영하는 게 아니냐고도 말한다.
하지만 4권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은 계속되고 있다. 작가는 또다른 인터뷰를 통해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가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라는 알듯 말듯한 말만을 전했다. 한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는 개인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어 한국행을 주저하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출간 전부터 독자들이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려야 했던 이 책은 인터넷 서점을 통한 예약판매로 출간 전까지만 3만부가 넘게 팔렸고, 출간 즉시 초판 10만부가 거의 다 나가 추가로 5만부를 제작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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