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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모든 게 일자리로 통한다 - 황주연

황주연(편집부장)

한전 자회사인 동서발전이 올해부터 신규 인력의 30%를 고졸자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고졸자를 매년 일정비율 별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팽배한 학력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일로 신선한 충격이다.

 

반거충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배우다가 그만두어 다 이루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어르신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이 말을 썼다. 요즘말로 하면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좋은 일자리가 생기기만을 기다리는 청년 니트족이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된지는 오래다.

 

삼성경제연은 15~29세의 청년층의 약 4분의 1이 사실상 백수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3%로 공식적인 청년실업률 8.6%의 3배에 육박한다.

 

체감실업률이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에 못 미치는 취업자를 비롯해 취업 준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다른 이유로 쉬고 있는 사람까지 사실상 실업자로 간주한 실업률이다.

 

그럼 전북은 어떤가. 전북의 청년층 실업은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8개도에서 가장 높다. 2000년 이후 경제성장이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생산과 고용창출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안 당해본 사람은 잘 모른다. 실업자의 특징은 첫째, 우두커니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동네 근처 도서관에 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책을 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삶에서 일이 주는 긴장감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둘째, 눈치만 는다. 결혼한 사람이면 아내, 아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에게 제일 눈치가 보인다. 일이 없으면 가장으로서 존엄은 그날부터 땅에 떨어진다.

 

셋째,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기가 꺼려진다. 결국 좁다란 우리 안에 갇히고 만다. 이것이 가장 두려운 변화다.

 

일은 생계수단 그 이상이다. 일이 없으면 삶이 없는 것이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된다.

 

모든 것이 서울로 통하는 것도 일자리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번듯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고졸 학력으론

 

대기업은 커녕 중소기업의 비정규직도 바늘구멍이다.

 

이러니 너도나도 수도권 대학에 목매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2%에서 지난해 81.9%까지 높아졌다. 너도 나도 대학생이다.

 

높은 교육열은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청년실업등 심각한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 높은 청년실업과 고용률의 괴리는 높은 교육열이 빚어 낸 아이러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쿠르트는 4년제 대학생 65%가 전문대에 안 간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전문대에 진학하게 된다면 어떤 과를 선택할까를 묻는 질문에 기계공학, 방사선과, 간호학과, 치기공과등 취업하기 쉬운 전공들이였다. 모든 게 일자리로 통한다.

 

민선 5기 전북도의 화두도 일자리다. 일자리본부도 생겼다. 전북도도 사실상의 청년실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인구는 따라온다. 자의든 타의든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학력지상주의 금기를 깬 동서발전과 같은 기업들이 전북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황주연(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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