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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자율고, 교육적인 문제풀이 없나 - 이성원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자율형사립고를 둘러싼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교과부와 전북도교육청 간에 크고 작은 '전투'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 건은 일제고사에 이은 두 번째 '전쟁'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만일 자율고 소송에서 패배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소송에서 패하더라도 자율고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교육감이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맞춰 교과부장관으로 이주호 전 차관이 내정됐다. 차관 때부터 실세차관으로 불렸고, 자율고 정책을 주도했던 사람이다. 벌써부터 쇳소리가 쟁쟁 울리는 듯하다. 한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기싸움이 느껴진다.

 

자율형사립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찬성도 있고,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것으로 보통교육의 평등성을 해친다는 반대도 있다. 전 교육감이 임기말에 무리하게 추진했으므로 원천무효라는 주장도 있고, 전 교육감이 잘못했지만 행정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은 찬과 반, 주장과 주장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법정으로 갔다. 이제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시비가 가려진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기에는 이미 양측이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린 상태다.

 

지난해 전북도교육청이 군산중앙고와 남성고에 대해 자율형사립고 지정이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자 교과부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법인전입금이 문제라면 교과부가 보증을 설테니,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다시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도교육청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압력은 계속됐고 결국 6.2 선거를 불과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전임교육감이 자율고 지정을 감행했다. 자율고는 교육감이 교과부장관과 '협의'해서 지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교과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당학교들의 행동도 바람직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도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거부하자 해당 학교들은 자율고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내 공감을 넓히고, 이해 설득시키기 보다는 윗선인 교과부의 힘을 빌리기 위해 노골적으로 노력했다. 도교육청이 결국은 교과부의 압력에 굴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흘린 것도 해당 학교쪽이다. 자율을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 외세(?)를 끌어들인 셈이다.

 

도교육청의 지정취소 과정도 사유가 명쾌하지는 않다. 지역의 평준화정책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고, 계층간 불평등 교육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행정절차상 과오'와는 거리가 있다. 행정절차와 관련된 문제라면 법인전입금 납부전망 뿐이다. 그 판단도 다분히 주관적이다.

 

자율형사립고 문제는 이제 교육을 벗어나 정치싸움이 됐다. 설득과 승복도 없고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 혼란의 부담은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학생들이 보고 배울만한 바람직한 문제풀이는 아니다. 교육적이고 민주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진정 없는 것일까?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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