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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주식시장 '머니게임' 속 영웅과 매국노는…

진안 출신 소설가 김종록 '달의 제국'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치욕의 날이 어언 100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구한말과 35년간의 일제 식민지 시대를 우리 역사의 개기일식기라고 부릅니다. 태양이 사라지고 일장기가 펄럭였던 시절. 국치 100년을 맞아 번영 천년을 소망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우리 역사의 개기일식은 끝이 났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일장기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태양을 가리고 있는 또하나의 달이 있다"고 말한다. '황금 달'. 바로 돈이다.

 

 

밀리언셀러 「소설 풍수」의 작가 김종록(47)이 6년의 침묵을 깨고 「달의 제국」(글로세움)을 펴냈다.

 

「달의 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머니게임을 추적한 것. 탐욕과 신기루를 좇아 명멸하는 군상들 속에도 영웅이 있고 매국노가 있다.

 

소설 속 '청담사랑방'은 우리 사회 명사들이 모이는 사교클럽. 현자 우당 선생과 그의 충복인 강남 갑부 한창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시대를 논하고 돈벌이를 하는 개성적인 멤버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우당 선생은 대대로 「주역」에 천착해 온 도가 집안의 후손이다. 우당의 증조부 박세익은 이완용에게 「주역」을 가르친 스승. 우당의 증조부에게 이완용이 있었다면 돈을 좇는 탐욕의 시대를 사는 우당에게는 한창운이 있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혐오하는 이완용은 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아이콘일 뿐"이라며 "그를 미화하거나 재평가하고픈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으며, 그를 냉정히 탐구하지 않고서는 당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글은 '변화에 잘 적응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반시대적 고찰의 결과물입니다. 주식옵션 얘기는 부단히 변동하는 금융시장이야말로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극명히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대장치라고 여겨서 수업료를 지불하며 얻은 소재입니다. 왜곡된 금융시장이야말로 '악마의 맷돌'입니다."

 

「달의 제국」은 방대한 근현대사 사료를 파헤치고 서울 강남의 주식시장 등 치열한 현장에 뛰어들어 얻어낸 것. 그는 "이 글을 쓴 까닭은 오직 진실만이 오래가는 힘이라는 신념때문이었다"며 "20년 남짓 역사와 철학을 담은 글쓰기 작업을 해오면서 오래도록 품었던 의혹을 해결하는 자구책이었다"고 했다.

 

"작가는 그 정신적 혈액형이 O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영혼의 피를 나눠줄 수가 있습니다. 제 영혼과 작가정신 또한 O형이길 소망합니다."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 국문학과와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동양사상과 역사담론을 탄탄한 서사구조에 담아내는 선 굵은 글쓰기를 해왔다. 스물아홉에 쓴 「소설 풍수」로 일약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유려하고 간결한 문장, 풍부한 교양과 현란한 사유, 특유의 직관력은 「달의 제국」에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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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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