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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특채는 '특혜 채용'의 준말인가

김경모(편집국 부국장)

달아오르는 국정감사장.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감은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고위 공무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교관과 고위 공무원 자녀·사위·친인척들이 '공정한'경쟁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무원으로, 그것도 고위 공무원으로 변신하는 대담한 재주를 부렸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채용 후에는 인기 근무처에 배치하는 사후서비스까지 온전히 제공되었다. 속된 말로 완전 풀서비스 시스템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전 장관이 아들의 외무고시 합격을 위해 시험과목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터졌고, 국감위원들과 증인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비리의 뿌리가 외교부에만 기생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반에 걸쳐 이미 전이되었다는 심각한 증거들이 확인되면서, 국가의 부패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이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국회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앙부처 5급 특채에서 11건의 부적절한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외부가 아닌, 내부 통제 수단을 통해 적발된 숫자만 말이다.

 

특혜 채용 비리도 유사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선에서 묻힌 것이라는 기존의 학습효과마저 이번엔 적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워낙 덩치가 엄청나고, 뿌리 깊은 비리여서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감추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장관의 목까지 가볍게 날린 이 비리는 기세를 올리며 현 정권의 최고 권력자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인물 앞까지 성큼 다가섰다. 주요 언론은 모 장관의 조카가 맞춤형 채용 과정을 통해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을 전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무원 특채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란 소식이고, 예비조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순차적 종합감사에 이미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공직 안팎의 전언과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 보면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혜 채용은 때마침 현 정권이 '공정한 사회'를 국정의 기치로 내건 사이에 터져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구성된 사회는 공정한 게임의 원칙에서 성립될 수 있고, 그래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조건에서이다. 공정한 원칙을 거치지 않은 게임은 당연히 무효이고, 원상회복되어야 마땅하다. 공정한 과정을 무시하고 구린내 나는 뒷구멍을 통과한 무리는 당연히 공공의 적이다.

 

특별 채용의 준말인 특채가 어느새'특혜 채용'을 줄인 말로 둔갑해 버린 씁쓰레한 현실. 국가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지 않으면 본질은 몽땅 털리고, 껍데기뿐인 세상을 살아가는 군상들로 이 사회가 채워질 것이란 암울한 생각이 앞을 가린다. 특별한 계층이라고 착각하는 무리들이 은밀히 벌이는 특혜의 잔칫상을 뒤집지 않으면, 공정한 사회는 정권이 내건 깃발은 한낱 말잔치일 뿐이다.

 

이번 점검 결과는 아마'공정한 사회'를 간판으로 내건 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일 뿐만 아니라, 정권 후반기 운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 김경모(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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