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교육부장)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하지만, 내 눈으로 본 것을 모두 믿을 수 있을까?
다양성이 인정받는 시대에는 그러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가치와 기준이 서로 다른 각인각색이기 때문이다. 나의 왼쪽과 오른쪽 눈이 보는 것도 서로 다르다. 이를 시차적 오차라고도 표현한다. 시계의 바늘과 눈금 사이에 거리가 있을 경우, 시계의 오른쪽에서 볼 때와 왼쪽에서 볼 때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차적 관점에 따른 시차적 오차이다.
김승환 교육감이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교육계에서는 '눈을 맞추기 위해' 적지 않은 내부 진통과 변화를 겪고 있다. 너무나 당연시 됐던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가당치 않게 보였던 것들이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교원평가제의 거부,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등은 이전의 교육감 시대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김승환 교육감이 공교육 활성화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일선 학교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가수요 조사결과 무려 90개의 학교가 신청했다. 정말 혁신학교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아니면 시류를 좇아 다소 부풀려진 것인가?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행동경향과 일치하지 않는 신념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이를 거북하고 불쾌하게 여겨 해소하려고 한다.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공감하지 않았던 많은 학교 관계자들이 인지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바꿔 김 교육감의 정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를 희망하는 많은 학교들이 아직도 '긴가민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많은 것이 모호하고, 성패 가능성에 대한 관점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혁신학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느 누구도 딱 부러지게 설명을 못한다. 전원학교도 아니고, 자율학교도 아니고, 학력향상 학교도 아니라고 한다. 기존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다. 제도나 시스템이 아닌 내용과 본질을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학교라는 것이다. 듣기는 좋지만 어찌보면 말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김 교육감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중 하나인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일단 믿느냐, 마느냐가 문제될 뿐이다. 종교와도 비슷하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학교가 만능일 수는 없다. 또 김승환 교육감의 모든 정책이 옳을 수도 없다. 모든 변화가 진보와 개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만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소통과 조화를 위해서라면 김승환 교육감도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바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매콤한 비빔밥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나선 교육감이라면 매콤한 비빔밥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주변에서도 이를 도와야 한다. 매콤한 비빔밥보다는 달콤한 비빔밥이나 시큼한 비빔밥이 더 좋겠다고 간섭하고 바꾸려고 해서는 안된다. 서로의 시각과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건전한 토론과 비판속에서 김승환표 교육정책이 더욱 다듬어지고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 이성원(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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