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구 군산안과 원장 역사소설 '사자춤1·2·3'
책을 내는 데 얼추 3년이 걸렸다. 자료를 찾고, 또 찾았다.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쓰는 의사 이선구(54·군산 안과 원장)씨가 이번엔 역사소설 「사자춤」(도서출판 계간문예)을 출간했다. '인간은 역사적인 존재'라는 물음에 대한 미완의 답이다.
"광복절 특집 프로그램'광야로 간 의사들'을 보면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일제 때 조선인 의사라고 하면 안락한 삶을 살기 마련인데, 왜 그걸 포기하고 만주나 몽골, 러시아로 가서 자신의 몸을 불살랐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식민지적 역사 인식이 두번째 도근점이 됐다. 조선은 일본에 의한 지배와 착취 구조가 뿌리 깊었다고 판단했다. '재주는 조선인이 부리고, 돈은 일본인이 챙겨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탈은 잔혹했다. 차별은 소외로, 소외는 저항을 낳았다. 우리나라의 국운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긴장 속에서 결정된다는 뼈아픈 현실도 한 몫 했다.
"날마다 분노하고 날마다 울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정치, 경제, 역사 어느 것 하나 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현실 때문이죠. 지독한 식민지성에 대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소설은 1900년대와 2030년을 넘나든다.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일본의 음모에 맞서는 이 록과 구한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열사 이 준이 주인공으로 등장, 소설 속 또 다른 소설이 이어진다. 강화도 조약, 임오군란,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을 일으킨 일본의 끝없는 야욕과 조선의 패배적인 역사인식이 '지독한 식민지성'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칸트는 알아도 조선 후기 실학자인 최한기(1803~1877)는 모르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김용헌 한양대 교수의 말은 그의 역사의식을 대변한다. 그에게 있어 역사란 책 속에 묻힌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깨어있는 자에 의해 재해석되는 것이다.
"일본의 상야(우에노)공원에 가면 한번쯤 이준 열사를 떠올려 보길 바랍니다. 아르바이트로 동경전문학교 법률학과에 다니던 그가 굶주리다 못해 공원에 힘없이 앉아 지은 시를 말입니다."
그는 장편소설 「왕롱의 잔」의 재판과 희생에 관한 뒷부분을 준비중이다. 온통 금기로 가득찬 세상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나올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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