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렬 시집 '설원에 서다'
"'시'라는 놈 알기 쉽게 읊으게. 지나가는 개도 알아듣고 컹컹 짖게."
백지를 펼쳐 놓고 앉으면 우뚝 선 산이 시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상이 복잡하다고 시까지 복잡할 필요가 있느냐는 가르침이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목천 정병렬 시인이 펴낸 시집 「설원에 서다」(월간문학 출판부)는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다. 서로를 다독이는 마음만이 오롯이 담겼다.
"살다 보니 시를 쓰게 되고, 더듬더듬 쓰다 보니, '나'를 찾는 노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시 쓰기는 고뇌의 과정이다. '무심으로 기운 비탈길 굴러서 굴러서/ 망가질수록 자유로운 떠돌이 / 하루하루 '나'를 벗는 옥체길('돌의 길')'을 보면 고통 속에서 존재의 집짓기를 하는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흐리멍덩한 날'에는 득음하는 영혼의 거문고를 떠올린다.
"시가 안 써져 답답할 때 뼛속까지 철철 쏟아지는 하늘로, 내안의 천명고를 울리고 싶은 그런 맘이 됩니다. 다 풀어놓고, 다 흘려놓는 그런 마음이 돼요."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목천의 시가 품고 있는 정신의 뼈대가 바로 아늑하면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존재의 집에 맞닿아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속화된 스스로를 고문케 한다"고 평가했다.
시인은 곳곳에서 자연과의 합일도 염원한다. '부처도 주인이 아니어서 / 이내 떠나고('절')'는 무심(無心)의 극치다. 자연의 일부에 귀속된 시인은 스스로를 만원(滿員)이라 말한다.
"삶의 희노애락을 맞닥뜨릴 때 과부족 없는 나로 받아들이면서 괴로움이나 죽음마저도 즐거움으로 감내하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을 극복하면서 마음 밭을 가꾸는 콧노래 같은 시를 흥얼흥얼 쓰고 싶어요."
순창 출생인 시인은 1961년 「전북일보」로 등단, 시집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 「물 길어 가는 새 떼들」를 펴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두리문학회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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