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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호수·목련 등 자연이 주는 삶의 철학

류인명 첫 시집 '바람의 길'

"되돌아보면 습작을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서정주 시인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막상 내 삶의 편린들을 한데 묶어 들추어 보려니, 세상에 소음이 될까 두럽고 떨리네요."

 

자연현상에 대한 남다른 통찰로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온 류인명 시인이 첫 시집 「바람의 길」(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산에 갇힌 호수/산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너를 만나던 날부터 네 그림자/내안에 둥지를 틀고/그렇게 천년의 세월이 흘렀다'('산정호수' 중에서)

 

시인은 산에 갇힌 호수, 호수를 떠나지 못하는 산을 통해 너(산)와 나(호수)의 관계는 그 누군가를 떠나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관계임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도 아닌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를 발견한다. 시인은 시'하얀 목련'에서 찰나속에서 영원을, 현상속에서 저 너머 본질의 세계를 꿈꾸기도 했다. 먼 훗날 영혼의 소리가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는 한편의 시로 남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반영됐다.

 

'어둠 저쪽에 하얀 새떼들 앉아 있다/건드리면 툭 떠질 것만 같은/저 아슬아슬한 경계 문득, 가슴에 와 박힌다/언제나 손에 닿을 듯 하얗게 피어 있는/허공 유난히 눈 부시다'('하얀 목련' 중에서)

 

시인은 "삶의 목적이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다"며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시와 동행하며 한 그루의 나무가 벌판에 서서 우주와 하나 되어 밀어를 주고 받듯이 나의 시도 그런 시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부안 출생인 그는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정년 퇴임했다. 2006년 「한국시」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불교문학회, 경찰문학회, 온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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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연 hwangj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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