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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술 익은 듯 우려낸 원로시인의 따뜻한 시선

김계식 시인 열번째 시집 '내 삶의 반올림'

김계식 시인(70)은 만나는 사람들의 손을 언제나 다습게 맞잡는다. 원로시인이 베푸는 온기는 엷으면서 그윽하다. 그는 열번째 시집 「내 삶의 반올림」(신아출판사)을 탈고한 뒤 청천벽력 같은 부음을 접했다. 故 고원곤 목사가 친필로 쓴 발문은 그에게 남긴 생애 마지막 선물이 됐다.

 

"3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요. 일어나 앉아서 고치고 쓰면 한두 시간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마음이) 시키는 데 어떡합니까. 그것을 안하면 시가 쪼그라들기 시작할 거에요."

 

산문은 억지로 쓸 수 있지만, 시는 생각이 떠야 써진다. '외로움'은 우리를 짓누르는 상처지만, '홀로움'은 그 짓누름을 즐기는 상태. 새벽은 그에게 '홀로움'이 고백되는 시간이다.

 

시집에는 지난해부터 쓰기 시작한 84편의 시가 담겼다. 시상은 풍(風), 정(情), 한(恨), 기(氣), 원(願)으로 요약된다. 그의 시는 술 익는 듯 익어서 나오는, 우러나오는, 우려내진 언어의 결이 살아있다. 매생이를 '잘잘거리는 몸짓'으로(시 '매생이'), 양하(襄荷)의 싹을 '함초롬히 입에 문 추억의 보고'(시 '양하')라고 썼다. 거기서 시의 탄력, 생명력이 나온다.

 

매일 걷기를 즐기는 그에게 자연은 어두운 닻에 환한 돛을 달아주기도 한다.

 

"'갈등(葛藤)'을 풀이하면 칡(葛)과 등나무(藤)가 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칡과 등나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히고 설켜 올라가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사이를 뜻하게 된 것도 그래서죠. 시 '칡과 등나무'는 이 틈을 넘어선 화해를 꿈꾸는 세상을 담은 시입니다."

 

그는 "시 잘쓰는 사람들은 시를 쉽게 산문 쓰듯이 한다는데, 나는 미묘한 세계의 변죽만 울리는 게 아닌가 한다"며 겸연쩍어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보다 그의 얼굴은 더 말갛고 순수했다. 헤어질 때 그가 잡아준 손이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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