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 신부 '바보론' 펴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개척의 블루오션이 '바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대는 이들이 많았다. 역발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바보'와 새로운 리더십이 곧바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바보 예찬론'을 하면서 '바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여기서의 '바보'란 밥만 축내는 아둔한 사람이 아니라 상식의 틀을 깨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지점을 발견해낸 사람이다. '헛꿈꾼다','또라이 같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평범한 개인에게도 잠자고 있던 거인이 깨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로 잘 알려진 차동엽 신부(52·인천 카톨릭대 교수)가 펴낸 「바보 Zone」(여백) 역시 '바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다. 차 신부는 "3~4년 전부터 바보 안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차 신부도 본래 '바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았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해 사제서품을 받은 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사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학자와 축복받은 사제 사이를 오간 그가 새삼 '바보론'에 빠진 건 왜 일까. 그는 노자의 '대지약우(大智若愚·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를 예로 들었다.
"크게 충만한 것은 빈 것과 같습니다. 그것의 작용은 다함이 없죠.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이고, 뛰어난 기교는 졸렬한 것이나 같고, 뛰어난 말솜씨는 어눌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그가 제시한 '바보 철학 12훈'은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으라, 바로 실행하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걸음으로 가라 등 삶의 나침반이 되는 말이다. 그는 "얕은 지혜와 지식으로 약삭 빠르게 행동하는 대신 우직하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는 바보의 속성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리더십"이라며 "바보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는 만큼 '바보존'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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