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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김지사는 편지를, 정운천은 청와대로

이경재 (본지 논설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을 놓고 전북과 경남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북이 깃발을 세우고 분산배치를 요구하는 도민궐기대회를 열었지만 경남은 맞대응하지 않았다. 말려들지 않겠다는 심산이겠다. 하지만 행정부지사를 총괄책임자로 하는 '3대 도정현안 지원추진TF팀'을 발족시켜 가동시키고 있다. 3대 현안에는 'LH 일괄이전'이 들어있다. 전북이 악악거리며 용쓰는 사이 경남은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게 있다면 편지공세다. 이창희 경남 진주시장이 지난 9일 7600여 명의 LH 전 직원에게 자신의 친필 서한문을 보냈다. LH 직원을 따뜻이 맞이하고자 하는 34만 시민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우호적인 분위기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뜻이겠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곧 LH 직원들에게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바둑으로 치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편지쓰기라면 김완주 지사가 원조 격이다. 김 지사는 작년 7월 이명박 대통령한테 '큰 절 감사편지'를 보냈다. 하필이면 뙤약볕 아래에서 야당이 '미디어법 장외투쟁'을 하던 때였다.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 청와대는 편지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유리하게 이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김 지사가 청와대를 활용할 차례다.

 

편지를 쓴다면 지금이 적기다. 편지는 논리적으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감정을 실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LH 이전 결정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LH가 왜 전북에 와야 하는지'를 김 지사가 이 대통령한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또하나, LH와 관련해서는 정운천 전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6.2 도지사선거때 낙선하고도 각계 전문가로 추진위를 구성, LH 일괄유치 등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었다. 그가 얻은 18.2%는 전북도와 중앙정부, 여당과 야당 간 '쌍발통 시대'를 열라는 뜻이라며 당찬 의욕을 비쳤다. 낙선하면 대개 지역을 떠났던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좋은 평을 들었다.

 

그랬던 그가 전북과 경남이 'LH 이전 전쟁'을 벌이는데도, 또 7000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하는데도 나타나지도 않고 목소리도 내질 않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선거때는 "LH를 전북에 일괄배치하기로 청와대와 교감을 나눴다"고 했던 그가 아니던가.

 

당시 그는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소외받았던 전북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LH가 전북에 유치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이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했었다. 그랬으면 대통령을 찾아가 그런 당위성을 설파해야 맞다. 30년 만에 두자릿수 지지를 보낸 도민에 대한 보답이자 자신의 약속을 실천하는 길이다.

 

LH는 직원 5600명, 예산 57조7963억, 자산 50조원 규모의 거대 공기업이다. 이걸 통째로 경남에 넘겨줄 수는 없다. 분산배치는 당초 정부가 한 약속이었다. 상대지역에 줄 마땅한 반대급부도 없다. 또 승자독식이 된다면 어느 한 쪽의 혁신도시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고, 정치권이 입을 피해도 크다. 힘의 논리와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한다면 엄청난 저항만 키울 것이다.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취지는 지역균형발전이고 낙후지역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이런 논리로 김 지사는 대통령한테 편지를 쓰고, 정 전 장관은 청와대를 찾아가 설파하길 권한다. 전북발전과 도민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옳다. 바둑에선 끝내기에서 승부가 갈리는 일이 허다하다.

 

/ 이경재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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