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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돌돌돌 솟는 샘물처럼 사는 법

정재영 시인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출간

정재영 시인(47·전주 한일고 교사)은 맑은 시샘을 지녔다. 시를 읽고 있노라면 물줄기가 샘을 돌돌 돌면서 흙탕물이던 샘은 아주 느릿느릿하게 맑아진다. 그가 펴낸 시집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화남)에는 오랜 시간 계속된 '낡을수록 눈부신 외로움의 뒤척임'(시'폭포'중에서)이 담겼다.

 

시집에는 울멍울멍 흘러가 벼랑 끝에 서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나무들의 호흡을 따라가는 그가 등장한다. 시'낯선 호흡'에서는 자연의 길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거친 호흡을 통해, 시'모시조개'에서는 모시조개가 느릿느릿하게 어둠 속 밀물을 지워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고구마'에서 시인은 고구마 어린 순을 심어 놓고 "저것들이 정말 희망처럼 일어설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물을 준다. 어린 것들이 안쓰러워 차마 발을 돌리지 못하는 모습.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 같다. 목소리를 높일 줄 모르고 객기 부릴 줄 모르는 시인의 모습이다. 나보다 먼저 남을 돌아보는 품이 넉넉하다.

 

시인의 큰 화두는 '삶의 가벼움'. 존재의 가벼움이 아니라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가벼움이다.

 

"우물 안으로 들어왔다 가는 모든 것들을 단지 품어만 주는 그런 샘물,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줄 수 있는 샘물과 같이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개펄에 새긴 것들을 다시 지우는 밀물처럼 세상에 시집을 보내며 또 지워봅니다."

 

김광원 시인은 그의 시집을 두고 자성을 만나러 가는 바람, 그 순례길 같다고 평가하면서 바람처럼 가볍게 살고 싶고, 하늘 닮은 마음으로 맑고 투명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두레박'을 달고 싶다고 적었다.

 

순창 출생인 그는 1993년 「자유 문학」으로 등단, 첫 시집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대」(천산)를 펴냈다. 현재 '해낭'이라는 문학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이 창작에 관심을 갖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회문'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시쓰기를 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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