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만화책, 장난감이 있다면 내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오래되고 낡아서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물건 중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배트맨이 망토를 휘날리며 처음 등장한 1939년의 만화 잡지 '디텍티브 코믹스' 27호는 현재 8억7천만 원을 호가한다. 2006년 경매에 나온 1965년산 바비 인형은 1천600만 원에 팔렸으며 최근 출시된 한정판 바비 인형도 1년이 지나면 값이 10배나 뛴다. 독일 마르클린사에서 만든 장난감 기차 세트는 초기 제품의 경우 경매에서 수백만 원에 팔려나간다.
신간 '문화로 재테크하다'(이마고 펴냄)는 사람들이 미처 주목하지 않은 기발한 투자 아이템을 소개한 책이다.
영국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대안 투자' 전문가인 저자 토비 월른은 바비 인형, 레고 등 장난감에서부터 만화책, 레코드판, 영화포스터, 지팡이, 오래된 변기, 맥주잔 받침에 이르기까지 세월이 흘러 가치가 껑충 뛴 문화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와 비운의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 관련 물건들도 수집광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수집품이다.
'007 골드핑거'와 '007 선더볼 작전'에서 숀 코너리가 몰았던 온갖 기기가 장착된 애스턴 마틴 DB5는 2006년 약 20억 원에 팔렸으며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순간에 맞춰 바늘이 멈춰 있는 승객의 손목시계는 2002년 약 3천500만 원에 팔려나갔다.
유명인의 머리카락도 유망한 '투자 종목'이다.
60년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머리카락 한 뭉치는 2002년 1억3천만 원에 팔렸으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검시 과정에서 총상을 살펴보기 위해 자른 머리카락은 현재 11억 원을 호가한다.
생활 주변의 문화상품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가 담겨 있어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한 시대의 경제·문화사이자, 풍속사로 읽어도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원제는 '101 Extraordinary Investments'.
김혜영 옮김. 391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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