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준 시인 '춤만 남았다' 출간
정양 시인은 유대준 시인(50·전북대 영상의학과 근무)의 두번째 시집「춤만 남았다」(모아드림)를 통해 발효 돼 삭아가는 우리 시대의 절망과 분노, 슬픔을 읽어냈다. 시인은 농촌의 절망과 응고되지 않는 가슴앓이를 응시하고 있다.
표제작 '춤만 남았다'가 그 전형이다. '더 느리지 않고는 이승을 빠져나갈 수 없는 속도로 / 한 걸음 뗄 때마다 몸을 마구 흔'드는 할머니의 춤은 결국 '걸음이 없어지고 춤만 남'은 인생이 된다. 시인은 '팔 남매 키운 풍성했던 젖가슴이 툇마루에 말라붙은 살구꽃잎같이 / 쪼글쪼글(시'살구나무')'해지고, '내장 다 빼낸 뱃속을 소금으로 봉한 채 통증을 발라 먹고 있(시'자반고등어')'는 모습을 통해 비극적인 삶을 삭이고 있다. 이같은 절망적인 현실을 '물소리 깊은' 몽돌로 빚어내 '곰삭은 꿈'을 빚어내고 싶은 것이다.
'평생 땅을 지켜온 아버지 손을 펴 보았다 / (중략) 아니, 다 놓아버린 벼랑 같다 // 그래도 괜찮다며 / 농부의 꿈은 잡초 같아서 뽑아도 / 언제나 푸르다며 / 등불에 그을음 피면 가만히 심지를 낮추던 / 모습처럼 아버진 고요했다.' (시'벼랑' 중에서)
폭포나 벼랑같은 절망을 이겨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삶의 순간 순간 시인을 일으키는 몽돌처럼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다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이같은 현실을 잘 곰삭혀야 한다는 가르침으로도 읽힌다.
시인은 두번째 시집을 펴내며 "아직 단물이 들지 않는 과일을 따 상자에 담는 게 아닌지 두려울 따름"이라며 "이제 소리가 칭칭 감긴 고요에 들고 싶다"고 적었다. 그의 절망과 분노와 슬픔은 침묵 속에서 그렇게 차곡차곡 삭여지고 있다.
완주 출생인 그는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눈 바로 뜨고 게는 옆으로 간다」를 펴냈다. 전북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동인회'금요시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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