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면 일제히 개학을 한다. 학생들은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등교할 것이다. 그러나 상쾌한 출발도 잠시, 곧 짜증을 맛보게 될지 모른다.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30여분씩 기다려야 한다면 성인 군자도 욕설을 내뱉고 말 것이다.
직장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십분씩 기다려야 가까스로 버스를 탈 수 있다면 아침부터 기분 더럽게 잡치고 말 것이다. 시장에 나서는 아주머니나 병원에 가야 하는 노인 등 교통약자들은 지금도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전주 서곡지구에서 삼천동이나 효자동으로 등교하는 학생, 전주에서 삼례로 등교하는 대학생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택시 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소요시간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교통약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이런 짜증나는 하루를 경험하고 있다.
시민 고통이 이럴진대 파업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떤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시민을 대표한다던 그 잘난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무얼 했으며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르겠다. 생색 낼 곳은 내가 먼저, 질퍽한 곳은 나몰라라 식이다.
파업은 지난해 8월2일 버스회사와 한국노총 간에 체결한 통상임금 관련 임단협 내용에 민노총이 이의를 제기하며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노조를 인정치 않자 12월8일 행동에 옮긴 것이 시발이다. 그리고 80일을 넘기고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그동안 노사 모두 시민들한테 욕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른 상태일 것이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도 있으니 그들은 틀림 없이 장수할 것 같다. "지사나 시장은 도대체 무엇하는 거냐"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욕 먹기는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도 마찬가지다. 두 단체장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민 눈높이의 판단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
김 지사는 원래 발을 담그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론과 도의회 공세에 밀려 마지못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실기했다. 얼마전 제시한 처방도 효력을 담보할 만큼 강력하지도 않다.
일의 우선 순위로 따진다면 김완주 지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버스업체한테 받은 500만원씩의 후원금을 지금 당장 돌려주는 게 먼저 할 일이다. 그래야 떳떳하고 향후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오해 받지 않는다.
그러고 난 뒤 김 지사와 송 시장은 버스업체 보조금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 직년 한해동안 지원된 돈은 23개 업체에 모두 391억원이다. 적자재정에 218억, 벽지노선 손실보상에 164억 원이고 나머지가 기타 분야에 지원됐다.
시민 세금으로 지출된 예산이 적정하게 쓰였는지, 위법사실은 없는지 들여다 보는 건 당연하다. 조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위법사실이 없다면 버스업체한테도 오해를 씻어낼 좋은 기회다. 아울러 김 지사와 송 시장은 1박2일 정도 운수노조원들과 생활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성이 있으면 통하는 법이다.
운수노조는 버스기사와 공무원들 한테 불법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달리는 시내버스에 돌을 던지는 위험한 짓을 해서도 안된다. 불법을 저지르고는 어떠한 정당성도 담보할 수가 없다.
파업은 노사갈등을 넘어 사회문제화돼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중재안도 제시됐지만 버스업체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파업사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러고도 경쟁력 있는 지역, 기업하기 좋은 전북이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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