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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학교 달력

이상훈 (전주고 교사)

졸업식과 입학식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에는 졸업식장이 밀가루 세례나 계란 투척으로 얼룩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사이 졸업식에서는 의례적인 식순은 생략하고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축하공연을 한다든지, 더 나아가서는 선생님들이 무대에 나서 축가를 불러주는 학교도 있다.

 

특히 소규모학교에서는 졸업생이 미래에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개인별로 발표하는 시간이 있기도 하다. 아예 현수막에 제 몇 회 졸업식이 아니라 '꿈, 생각, 행동이 있는 희망이야기'라는 주제를 적어넣은 졸업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입학식도 마찬가지이다. 입학식에서 어떤 학교는 책을 주는가 하면, 교통카드나 앨범, 화분을 선물로 주는 행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상급생이 신입생에게 이름표를 달아주고 오카리나 연주로 축하해 주기도 하며, 심지어 어느 교장선생님은 손수 아이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 행사로, 그리고 학교 교화를 심는 행사로 입학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예전에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졸업식과 입학식이 아니라 학교 축제로 변한 느낌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 둘째딸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2011학년도 학교 달력, 귀 자녀편에 보냈습니다. 학사일정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다. 그리고 책상 위 서류 봉투 속에 탁상 달력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학교에서 온 문자의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다.

 

지난해 고3 담임을 하면서 무던히도 많은 대학으로부터 홍보용 달력을 받아 보았다. 대학에서야 홍보차원에서 달력을 만든 지 오래 되었다. 물론 대학마다 학교 학사일정이나 특색을 살려 만들기는 하지만 그런 달력을 볼 때 그렇게 마음에 다가오지는 않았다. 또한 수많은 사업체나 단체에서도 역시 오래전부터 탁상 달력을 만들어 홍보 수단으로 사용해온 터였다.

 

중학교에서 나누어 준 탁상 달력에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야 할 학사 일정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물론 이미 여러 학교에서 학교달력을 제작하고 학교 나름대로 내용을 담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달력을 받아보니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고자 얼마나 노력하는지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학사일정이야 언제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달력으로 매일 학교 일정을 살필 수 있다는데서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정성이 담긴 학교 달력을 받으면서도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학교 로고와 함께 '꿈과 사랑이 가득한 즐거운 학교'란 구호와 매달 새롭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시험, 토요휴무, 현장체험학습, 체육대회 등 그야말로 학사 일정만 국한된 내용이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진 행사나 특색사업 이야기도 소개되었으면 보다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는 학교 달력에 들어간 사진이다. 달력을 계절에 맞게 풍경사진으로 처리했는데, 학교행사나 학생들의 행복한 모습으로 채워졌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학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필자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 학기 시작하는 날, 학부모는 무엇보다도 뜻 깊은 선물을 받은 셈이다. "고맙습니다, 전일중학교."

 

/ 이상훈 (전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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