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시인은 최형 시인(83)을 두고 "만일 전주 선비의 그 어떤 전형이 있다면 나는 바로 그가 판박이 일 것"이라고 했다. 늘 자신에게 엄격한 그는 옛 시대의 선비적 행보를 보는 것 같다. 그에게 문학은 신산한 삶으로부터의 '구원'이자 현실의 모순에 대한 '저항'의 무기였다. 눈 수술로 집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이 다시 시문집「수풀의 해」(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자서전 「한 세상 숨결」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시와 산문으로 담은 시문집.
"문학은 그 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던져줘야지. 작가라면 건강한 도덕성과 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해. 길게 멀리 원대히 볼 줄 알아야 해. 긴 호흡으로 세상을 이겨야지. 내 자신에게, 모든 것에 굉장히 엄격해야지."
그는 평소'저항'이 없어지면 '문학의 고뇌'가 희미해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과 사람을 보는 눈이 훨씬 더 깊어지고 부드러워졌다. 외부를 향해 날을 세웠던 그의 눈은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진 것. 수필'기대 만큼 실망이 크다'를 보면 '조금은 쿠렁쿠렁 너그러이 살 일인가 보다. 깊은 철이 좀 들고 싶다'고 적었다.
"아마도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진정한 '하나'된 겨레로 살아가는 날이죠. 조금은 깊은 철이 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선생은 1928년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으며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교직에 종사하다가 1984년 자원 명예퇴직, 집필 생활을 하며 사회운동 단체 등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첫 시집 『푸른 황지』(1970) 이후 『두 빛살』(1975) 『강풀』(1981) 『이런 풀빛』(1985) 『돌길의 풀꽃』(1991) 『들길』(2003), 서사시 『푸른 겨울』(1989)과 『다시 푸른 겨울』(2000), 수필집 『해와 강의 숲』(1979) 『들바람 부는 길』(1993) 『비망록』(2003), 소설집 『건널목 햇살』(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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