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불균형은 공정한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엄청난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미국이 아니라 외딴섬에 홀로 살거나 방글라데시에 태어났더라도 그처럼 성공을 거두었을까? 아닐 것이다. 이 시대 모든 부는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사회의 축적된 지식에서 나왔다. 자수성가한 개인이라고 할 지라도 그의 성공에는 지식과 기술이라는 인류자산이 크게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적 연구자들인 가 알페로비츠와 루 데일리가 쓰고 원용찬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53)가 번역한 「독식비판」(민음사)은 오늘날 미국사회에 만연한 부와 소득의 엄청난 불평등에 대해 짚고 있다.
"이 책은 지식 경제 시대 기존 소유권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문제를 충격적으로 짚습니다. 새로운 분배 시스템을 위한 지식 상속 이론, 고전 학설, 자유지상주의자부터 진보적 사상가 등을 두루 아우르면서 소유권의 대존환을 위한 사상적 무대를 연출한 셈이죠."
원 교수는 오늘날 미국의 상위 1%, 즉 최고 부자 가구 1%가 모든 가계 투자 자산(주식, 채권, 펀드)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미국의 거대한 부가 대체로 과거가 선사한 '공동의 선물'이라면 과연 이러한 불균형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과연 이것이 공정한가? 에 대한 질문이다.
원 교수는 무엇이 개인의 노력으로 이룩된 소득이고, 무엇이 사회의 혜택에서 나온 불로소득인가를 나누고, 그에 따라 개인이 정당하게 누릴 응분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은이들은 '과연 한 사회가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최상의 부자들과 나머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경제상황에 처하는 것이 마땅한가? 분배의 원칙을 새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등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책은 새로운 분배정의를 위해 꼭 다루어야 할 개혁으로 상위 1~2%에 대한 소득과세 증액, 현행 사회보장세의 상한액 인상, 법인세 증액, 대규모 토지에 대한 상속세 인상 등 4가지를 꼽는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새로운 조세 수입을 더욱 큰 사회적 유산을 창출하는데 써야 한다고도 한다. 이 책은 소득재분배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유산의 소유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 교수는 경제사와 경제사상을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유한계급론 :문화와 소비, 진화의 경제학」, 「상상 + 경제학 블로그」,「사회보장 발달사」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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