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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영의 아름다운 우리말] '러브샷' 보다 '사랑건배' 가 좋아요

▲ 사랑건배

 

'사랑건배'는 '러브샷'을 다듬은 우리말이다. '러브샷(love shot)'은 '두 사람이 서로 팔을 엇갈리게 걸고 술을 마시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러브샷은 'Love'와 'Shot'이 합쳐진 영어이지만, 정작 영어권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한국식 영어 표현이다. 영어권 국가에는 우리의 '러브샷'과 같은 음주 습관이 거의 없다.

 

▲ 곡비즉진

 

경주 안압지에서 발굴된 목제 주령구(14면체 주사위)에는 '곡비즉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곡비즉진(曲臂卽盡)'이란 '팔 구부려 잔 비우기'라는 뜻이기에, 오늘날의 '러브샷'과 비슷한 신라 상류사회의 음주문화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러브샷'은 '폭탄주'와 함께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신종 건배(乾杯) 문화다. 폭탄주는 1980년대 당시 기관장 모임에 나온 군인들이 민간인 기관장의 기를 꺾으려고 맥주 컵에 양주를 채워 팔을 걸고 마시면서 전국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the student prince)> (1954년)에 나오는 '드링킹 송(Drinking song)' 장면도 '러브샷'을 연상시킨다. 테너 마리오 란자(Mario Lanza)가 'Drink! Drink! Drink!'라고 부르는 축배의 노래를 배경으로 대학생들이 팔을 걸고 술을 마신다. 이후 이 장면은 우리나라의 광고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건배 문화로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 강제추행

 

러브샷에는 몇 단계가 있다. 1단계는 가볍게 팔만 걸고 마시는 것이고, 2단계는 서로의 목 뒤로 팔을 돌려 감은 채 술을 마시는 방법이다. 이 경우는 서로 상대의 목을 껴안게 되고 따라서 얼굴과 상체가 밀착돼 신체적 접촉이 심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대법원 10050 판결에서는 '러브샷'을 강요해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한 남성이 골프장 여종업원들에게 강요했던 러브샷으로 인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억지 러브샷은 '강제추행'이 되는 것이다.

 

▲ 이렇게 쓰세요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으로 사랑건배를 했다.

 

동석한 친구가 사랑건배를 제안했다.

 

서로 주먹다짐했던 의원들이 사랑건배로 화해했다.

 

/ 장미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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