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 쓴 '전쟁과 분단의 상처'
소설가 전상국(71) 씨가 '온 생애의 한순간' 이후 6년 만에 소설집 '남이섬'(민음사 펴냄)을 출간했다.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전씨는 '아베의 가족' '우상의 눈물' '유정의 사랑' 등의 작품을 발표해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작가로서 신명이 나고 글에 대한 욕망이 끓을 때마다 틈틈이 글을 써왔다"며 "이번 작품집은 등단 당시 가졌던 관심사로 돌아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초창기 등단작 '동행'을 비롯해 '아베의 가족' 등 전쟁과 분단의 가슴 아픈 역사를 그린 소설을 발표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중편 '남이섬'과 '지뢰밭', 단편 '드라마게임' 등은 한동안 멀리 했던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다시 다룬 작품이다. 그는 "돌아와 거울 앞에 다시 선 것"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내 작가정신으로는 이런 문제가 가장 가치 있는 것이었는데, 독자들에게는 사랑과 섹스 같은 소재가 소중한 것으로 부각돼 글쓰기의 신명을 잃었다"며 "달라지려고 노력도 했지만 역시 초심을 찾아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내가 가야 할 문학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들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기보다는 오늘날에 어떻게 그 상처가 드러나는지를 조명한다.
그는 "1950-60년대의 이야기보다는 오늘까지 남아서 치유하지 못하고 진행형인 상처를 지금 시점에서 진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제작 '남이섬'은 한국전쟁 당시 남이섬을 무대로 격동 속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두 남자를 통해 역사가 남긴 비극적인 단면을 드러낸다. 단편 '드라마 게임'은 어린 시절 미군기의 폭격으로 부모를 여의고 평생 땅굴을 파는 남자의 이야기 등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담았다.
한편, 전씨는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아 2002년 강원도 춘천시 김유정의 생가터에 김유정문학촌을 조성하고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일에 열정을 쏟아왔다. 그는 "작가가 작품을 써야 하는데 김유정에 미쳐 전업작가로서 많은 글을 쓰지 못했다"며 "그러나 김유정에 그만큼 빠져들었고 그의 문학을 알리는 것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기에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6월1일에는 중국으로 떠나 김유정을 알리기 위한 강연과 김유정의 생애를 다룬 연극 공연 등을 주관한다.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세계 속에 김유정 알리기 프로젝트'의 첫 행보로, 10일까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와 지린성 용정시 등의 조선족 단체 및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전씨는 "문학작품을 쓰는 것도 나 자신을 찾는 것이지만, 김유정 알리기에도 많은 열정을 쏟고 있으며 거기에서 글쓰기의 에너지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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