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그린 그림과 버무린 동심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문득 궁금해졌다. 남 앞에서 수줍어하는 자신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를 만나면서 답을 얻었다. 동시는 그에게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눈과 삶을 즐겁게 가꿀 줄 아는 마음을 선물했다. '꽃김치(신아출판사)'는 아동문학가 신명진씨(44)의 유쾌한 동시에 딸 김주희양이 그린 그림이 버무려진 동시집이다.
"솔직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방송통신대 다닐 때 정채봉 선생님이 제게 문학상을 주신 적이 있었는데, (글쓰기를) 더 하고 싶기는 했지만 생활에 밀려 나몰라라 했거든요. 뒤늦게 발동이 걸린 셈이죠."
2006년 '아동문예'로 문단에 나온 그는 '황금펜 아동문학상 공모전'의 본상 심사에 오르면서 글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여고생이냐'는 놀림도 자주 받아요. 제 수준이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스스로 글재주가 있다는 건 잘 모르겠는데, 가만히 사물이나 인물을 유심히 보고, 관련 이미지나 느낌을 떠올리는 건 자신있어 하는 것 같아요."
그의 첫번째 독자는 딸. '입 맞추고 / 푸우 푸~우 / 더운 입김 먹였더니 / 간지러워 몸살몸살'('풍선'), '손 닿을수록 / 더 커지는 / 빨긋빨긋 모기꽃 // 갉작갉작 긁지 말고 / 모른 척해야 / 스러지는 모기꽃('모기꽃') 등을 읽노라면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는 "동시를 쓰면 제일 먼저 딸에게 들려준다"며 "아이가 '잘 모르겠다','어렵다','재미 없다'하면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처음엔 시집을 내놓아도 될 만한 것인가 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외할머니로 인해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던 엄마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또다른 누구에게도 가슴 한 구석 와닿는 부분이 되길 바랄 뿐이에요. 한 순간만이라도 희망을 갖게 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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